박주영 잊게 한 이정협…“제2 이정협 있다”

입력 2015.02.05 (07:52)

수정 2015.02.0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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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에서 급부상 스트라이커 이정협(상주 상무)와 같은 '신데렐라'가 슈틸리케호에 또 등장할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내 프로축구 선수들 가운데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살펴보라는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3월 평가전 때 여유를 갖고 많은 것들을 실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수가 부담 때문에 평소 경기력을 해칠 수 있어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달 말까지 유럽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오는 3월 7일 K리그가 개막하기 전에 돌아올 계획이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일문일답.

-- 제2의 이정협을 보겠다고 했는데. 재목들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가. 3월 A매치는 (월드컵 예선 때까지) 여유가 조금 있는데 그런 선수들을 기용할 의사가 있는가.

▲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살펴보라는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3월에 여유를 갖고 많은 것을 실험할 것이다. 제주 전지훈련 때 유심히 지켜본 선수가 3명 정도 있었다. 누구인지 밝히면 이 선수들이 상당한 부담을 안을 것이다. 그래서 부담 때문에 K리그 경기를 망칠 수 있다. 지금 이름을 말하기는 곤란하다. 시즌이 시작되면 이들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이다. 아시안컵 준우승에 만족하면 안 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 이정협이 새로 스트라이커 경쟁에 합류했다. 이동국 같은 후보들과의 격차는 좁혀졌나.

▲ '군데렐라' 얘기도 있지만 조심해야 한다. 본인은 스타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타가 되려면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정협은 모든 지도자가 함께하고 싶은 선수라는 점이다. 이정협은 항상 자신에게 요구되는 점을 이해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훈련장에서 보여준 좋은 모습을 경기 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나는 23명 모두가 이런 자세를 유지했기 때문에 행복한 감독이었다. 대회가 끝나기 3∼4일 남은 시점에서도 골키퍼 정성룡은 1분도 뛰지 못했다. 누가 우리 훈련을 봤다면 정성룡이 넘버원 골키퍼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는 열심히 뛰었다. 우리가 준우승했다는 결과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성과라고 한다면 많은 비난을 받은 구자철, 정성룡, 김영권 등이 팀으로서 함께 극복했고 많은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다. 선수들의 사기가 높아졌다는 게 소득이다.

-- 이정협은 어떤 유형의 선수인가. 다른 선수와 비교한다면.

▲ 구체적 이름을 거론하기 어렵지만 아직 우리는 아직 이정협의 최고 모습을 보지 않았다. 시작도 잘했고 점점 발전해갔다. 경기력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그랬다. 결승전에서 득점하지 못했지만 좋은 정신력, 경기력을 보여줬다. 박주영 대신 선발한 이유를 보여줬다. 나는 이정협이 박주영보다 좀 더 직선적인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어 그를 선택했다. 이정협은 헤딩에 상당히 능했다. 호주전을 준비하면서 공중볼 경합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정협이 공중볼 경합 때 80% 이상을 따냈다. 분명한 점은 기술적으로 더 많이 발전해야 한다.

-- 박주영 선수 계속 지켜볼 것인가.

▲ 굳이 주목하지 않을 필요가 없다. 계속 보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부상도 있었고 감기몸살로 컨디션 저하된 선수도 있었다. 누구를 투입하더라도 버텨낼 수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번 대회에서 얻은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차두리가 이번 대회를 통해 만 34살임에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는 데 희망을 갖는다. 나이 경험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팀을 꾸려갈 것이다

-- 선수들이 열심히 뛰도록 했는데 이는 매니지먼트 기술이다. 매니지먼트 노하우의 핵심은 무엇인가.

▲ 나는 이 자리에, 아니 또 어떤 자리에도 대한민국 코칭스태프의 대표로 나선다. 내가 아니라 우리 코치진이 모두 함께 일해서 나온 결과다. 이번 대회를 통해 코치진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선수들과 얘기하면서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온 게 아니라 스스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고, 능동적으로 좋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에게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코치진이 스스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선수들은 따라오지 않는다. 코치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전력 분석하러 많이 돌아다녔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늪축구', '실리축구'라는 말이 있었다. 신이라는 의미에서 '갓틸리케'라는 별명도 나왔다. 이런 말을 어떻게 보는가.

▲ 나는 환갑이 지났다. 나에게 별명을 붙여주는 게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내가 주목을 받는 게 우리 팀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경계한다. 선수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우리가 정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 선수가 주목을 받고 나중에 '이 팀의 감독은 누구였더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 이번 대회에 나올 팀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뛸 팀과 비슷하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 가능성을 퍼센트로 얘기한다면.

▲ 아시아 축구가 상향 평준화됐다. 단 한 경기도 우리가 쉽게 이긴 경기가 없었다. 쿠웨이트가 우리 골대를 강타했고, 우즈베키스탄은 78분에 문전 3m 거리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 대한민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압도적인 시절은 지났다. 확실한 경기력과 더 많은 스코어로 이겨야 한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마지막 패스의 정교함이다. 기술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부족하다.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온 때 문전 쇄도 선수의 머리에 정확히 떨어져야 한다. 중원에서 양쪽 측면으로 플레이를 벌릴 때 40∼50m짜리 롱패스가 침투 선수의 발로 이어질 정도로 정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수들이 매일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대표팀에서는 선수들에게 비디오를 보여주며 선수들이 스스로 채찍질해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선수들이 더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신이 볼을 몇 번 잃었는지 경합에서 몇 번을 이기고 몇 번을 졌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선수들이 개선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 독일 유소년팀에서 활동한 것이 현재 세계 최강을 구가하는 독일 축구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얘기들이 있다. 한국 축구에 그때 경험을 얘기해줄 수 있나.

▲ 독일 축구의 상황이 한국의 현실과 다르다. 독일은 당시 유소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심했다. 손에 쥐고 있는 현금이란 현금은 모두 유소년에 투자할 정도로 과감했다. 파주의 국가대표트레이닝 센터와 같은 곳이 전국 방방곡곡에 수백만 유로를 들여 건립됐다. 지도자들을 충원했다. 축구협회 산하 관계자가 670만 명에 달하는데 그 시절에 이뤄진 것이다. 독일 축구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자금력을 갖고 있어 유소년 육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돈이 있다고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필요했다. 6년, 8년, 10년의 시간을 거쳐 지금과 같은 독일 축구가 탄생했다. 유소년 축구에서 중요한 세 가지를 말하겠다. 우선 인내심이 있어야 하고 뚜렷한 계획이 있어야 하며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 지금 칭찬이 올해 후반기에 비난이 될 수도 있다. 5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가장 어려운 시간은 언제였나. 한국 축구의 현실을 통역을 통해 듣는 것이 전부인가. 다른 사람들도 만나나.

▲ 텔레비전 중계가 중간에 끊어지는 것은 통역이 보여줬다. 통역뿐만 아니라 한국 코칭스태프로부터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점을 솔직하게 듣는다. 여러 루트를 통해 많이 듣는다.

어려운 점은 선수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서로 눈치만 보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기 생각을 확실하게 얘기하는 선수가 없다. 꼭 지시해야 얘기를 한다. 일할 때 어려운 점이다. 선수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자기 의견을 표출해줬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월권을 하며 누구를 기용해야 할지 얘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감독으로서 스타일을 풀어내는 데 선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한다.

--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축구를 얼마나 보여준 것 같은지 수치로 얘기한다면.

▲ 축구는 동적인 스포츠이고 항상 많은 변수가 있다. 지금과 향후에 보여줄 축구의 내용이 다를 것이다. 축구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제2의 이정협이 어디서 나타날지도 모른다. 지금 수치로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얘기하지만 아시안컵을 전반적으로는 잘 치렀으나 분명히 기술적인 면에서는 부족함을 많았다. 부족한 점을 알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보완해갈 것이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지금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고맙다. 감독은 항상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선수가 실현해주는 것이 만족스럽다. 선수들은 내가 얘기하면 항상 긍정적 피드백을 해줬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우리 경기의 시청률이 점점 올라갔다. 취임 무렵에 얘기했다. 텔레비전에서 중계되는 그저그런 축구가 아니라 국민 마음에 와닿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국민의 마음에 와 닿는 축구를 하지 않았나 싶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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