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계란’ 가공공장, 정부 보증 해썹 인증받아

입력 2015.02.15 (21:07)

수정 2015.02.16 (15:28)

<앵커 멘트>

KBS는 지난 이틀 동안 한 농협 계란 가공공장의 충격적인 실태를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공장은 정부가 식품 안전을 보증하는 해썹 인증을 받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요즘 각종 식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썹 인증, 과연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양성모 기자입니다.

<리포트>

계란 껍데기를 처리할 때 흘러나오는 폐수를 끌어와 정상 제품에 섞고,

<녹취> 제보자 : "계란을 파쇄하면서 나오는 그 계란 국물을 통에 모아놨다가 수중펌프로 빨아서 지금 정상 제품 나오는 곳에다 섞는 겁니다."

포장까지 끝낸 제품을 다시 살균실로 옮겨 재가공합니다.

<녹취> 제보자 : "반품 들어온 거를 보관했다가 다시 또 쓰려고 가지고 들어가는 거죠. 살균실에..."

식품안전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이 공장이 정부로부터 깨끗하고 믿을 만하다는 인증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 계란가공공장은 지난 2008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즉 해썹 인증을 받았습니다.

해썹은 원재료부터 가공, 유통을 거쳐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위험요소를 파악해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폐기 계란이나 반품을 재활용하는 행태는 해썹 기준에 정면 위배됩니다.

<인터뷰> 정승헌(건국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교수) : "해썹은 일방향입니다. 원료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제품까지 나가는 과정에서 '이거 잘못됐는데 그러니까 다시 돌아와야지' 이건 없습니다."

소비자는 정부 인증한 해썹을 믿고 식품을 구매하지만 이 인증을 관리하는 정부 시스템은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입니다.

<녹취> 제보자 : "해썹 점검 나온다고 그러면, 벌써 3일 전부터 사람도 못 다니게 하고 싹 치워놓거든요. (만약에 안 알려주고 가면 어떻게 되는 거죠?) 해썹 취소되겠죠. 제가 알고 있는 사업장들 거의 90% 이상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죠."

이런 형식적인 검사가 문제가 되자 최근엔 검사 방법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발견되도 해썹 인증이 취소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녹취>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점수제로 바뀌어서 80점 그 정도에 못 미치면 부적합이고요. 그 부적합을 연속으로 받게 되면 인증 취소가 되고..."

이 계란가공공장은 2009년 병아리 부화 과정에서 실패한 '부화중지란'을 들여와 식용으로 가공하다 적발돼 공장 직원 2명이 구속됐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의 성분규격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고 과징금 5천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이처럼 공장의 생산과정에 대해 수차례 적발과 경고가 있었지만 해썹 인증은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정부 스스로 해썹 인증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겁니다.

<인터뷰> 박지호(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 : "해썹을 어긴 업체들에 대한 처벌, 그리고 이런 것들의 승인 취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형식적인 모니터링에 그치고 있어서 업체들이 이걸 역이용하고 있고, 지금에 와서는 해썹 표시가 우리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표시가 되어가고 있다."

한편 폐기물 계란 재활용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조만간 한국양계농협 오정길 조합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입니다.

KBS 뉴스 양성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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