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 없는 굴'에 잭 그레인키(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군림하고 있다.
그레인키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워싱턴 내셔널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투수로 출격해 8이닝 3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으로 맹위를 떨쳐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성적은 9승 2패,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 평균자책점은 1.30으로 더욱 낮아졌다.
이로써 그레인키는 6경기, 43⅔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2014년 팀 동료 클레이턴 커쇼의 41이닝 연속 무실점을 뛰어넘은 기록이다.
그레인키는 아웃카운트 4개만 더하면 2012년 R. A. 디키의 44⅔이닝을 넘어 연속 무실점 이닝 역대 10위에 이름을 올린다.
이 부문 1위는 1988년 오렐 허샤이저가 세운 59이닝이다.
또 한 경기만 더 무실점으로 마치면 허샤이저와 돈 드라이스데일을 추월해 다저스 역사상 최다 경기 연속 무실점 투수로 남는다.
그는 지난달 1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방문 경기에서 8회말 추가점을 내줘 8이닝 2실점 완투패를 당한 이후 실점을 잊었다.
6월 18일 텍사스 레인저스전 홈 경기 7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6경기 연속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레인키는 이 6경기에서 삼진은 무려 42개 솎아냈고 안타는 고작 19개 허용했다. 사4구는 단 4개였다.
1이닝당 평균 1명 가까이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안타는 2이닝에 1개도 맞지 않으니 점수를 줄래야 줄 수가 없다.
올 시즌 다저스는 믿었던 에이스 커쇼의 예상 밖 부진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커쇼는 지금까지 7승 6패,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 중이다.
다른 투수라면 꽤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겠지만 최근 4년 동안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3차례 받은 커쇼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욱이 제3선발 류현진마저 어깨 수술로 낙마한 다저스는 커쇼, 그레인키, 류현진으로 이어지는 1∼3선발 구상이 뒤틀리면서 시즌 전망에 먹구름이 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 커쇼의 그늘에 가려 있던 그레인키가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의 위엄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다저스는 올해도 53승 40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자리를 굳게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