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와 도두리의 기구한 운명

입력 2006.05.15 (22:20) 수정 2006.05.1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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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 주민들은 또 다시 고향을 떠나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세번씩이나 외국군 기지로 사용되야 하는 기구한 운명의 땅입니다.

국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평택을 대표하던 쌀을 생산했던 대추리 일대의 논.

하지만 자신의 논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이면서 70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정태화 할아버지는 정든 고향을 곧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정 할아버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민들은 모두 70여 가구.

이들은 지난 1952년 미군부대가 들어서면서 농사짓던 땅에서 쫓겨나듯 떠났습니다.

뒤로 보이는 논은 원래는 모두 개펄이었습니다.

지난 1954년 정부가 이 일대 개간을 허용하자 소금기로 가득한 이곳을 마을 주민들이 몇 년에 걸쳐 직접 논으로 일군 것입니다.

이런 기억이 주민들에게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인터뷰> 정태화 할아버지 : "20년 동안 개간해서 겨우 땅을 만들었는데."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은 지난 1942년에도 강제퇴거를 당했습니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이 일대에 살던 주민들을 내쫓고 군사 기지를 만들었습니다.

<녹취> 봉원산 (77세 / 대추리 주민) : "다 나가라고 했어. 주민들 데려다 흙파서 평평하게 해 활주로 낸거야."

이렇게 두 차례나 정든 땅에서 내몰렸지만 주민들의 의지와는 무관한 것이었습니다.

<녹취> 방효태 (70살 / 대추리 주민) : "불도우저로 무조건 집을 막 밀고 들어와서 부셨다."

그리고 지난 2004년 이 일대 285만 평이 미군기지 이전 부지로 확정되면서 주민들은 다시 고향을 등져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주민의 절반이 넘는 80여 가구는 이미 평당 15만에서 18만 원의 보상금을 받고 떠났지만 70여 가구는 보상보다 자신의 땅에서 농사짓기를 원합니다.

이런 바람은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현실적 벽을 넘지 못하고 오는 10월까지는 강제이주로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KBS 뉴스 국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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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추리와 도두리의 기구한 운명
    • 입력 2006-05-15 21:12:58
    • 수정2006-05-15 22: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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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 주민들은 또 다시 고향을 떠나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세번씩이나 외국군 기지로 사용되야 하는 기구한 운명의 땅입니다. 국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평택을 대표하던 쌀을 생산했던 대추리 일대의 논. 하지만 자신의 논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이면서 70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정태화 할아버지는 정든 고향을 곧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정 할아버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민들은 모두 70여 가구. 이들은 지난 1952년 미군부대가 들어서면서 농사짓던 땅에서 쫓겨나듯 떠났습니다. 뒤로 보이는 논은 원래는 모두 개펄이었습니다. 지난 1954년 정부가 이 일대 개간을 허용하자 소금기로 가득한 이곳을 마을 주민들이 몇 년에 걸쳐 직접 논으로 일군 것입니다. 이런 기억이 주민들에게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인터뷰> 정태화 할아버지 : "20년 동안 개간해서 겨우 땅을 만들었는데."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은 지난 1942년에도 강제퇴거를 당했습니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이 일대에 살던 주민들을 내쫓고 군사 기지를 만들었습니다. <녹취> 봉원산 (77세 / 대추리 주민) : "다 나가라고 했어. 주민들 데려다 흙파서 평평하게 해 활주로 낸거야." 이렇게 두 차례나 정든 땅에서 내몰렸지만 주민들의 의지와는 무관한 것이었습니다. <녹취> 방효태 (70살 / 대추리 주민) : "불도우저로 무조건 집을 막 밀고 들어와서 부셨다." 그리고 지난 2004년 이 일대 285만 평이 미군기지 이전 부지로 확정되면서 주민들은 다시 고향을 등져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주민의 절반이 넘는 80여 가구는 이미 평당 15만에서 18만 원의 보상금을 받고 떠났지만 70여 가구는 보상보다 자신의 땅에서 농사짓기를 원합니다. 이런 바람은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현실적 벽을 넘지 못하고 오는 10월까지는 강제이주로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KBS 뉴스 국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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