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서비스 ‘사각지대’

입력 2008.08.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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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변호사 만명 시대'를 진단하는 연속기획, 오늘은 끝순서로 법률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살펴봅니다.

만명이 넘었다는 변호사를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이른바 무변촌과 국선전담 변호인제도의 현주소를 황현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중원 씨는 지난해 쌀 180가마를 이웃집 창고에 보관해 오다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이웃이 빚 때문에 압류를 당하면서 한씨 쌀도 처분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인터뷰> 한중원(전남 장흥군) : "남들은 농협 수매같은 것을 다 하고 있는데 우리는 묶여 있으니까 (수매를) 하지 못하고 . 답답하죠."

장흥과 강진지역은 판사는 있는데 변호사는 없는 이른바 '유판무변촌', 결국 한 씨는 멀리 목포까지 변호사를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법률구조공단 도움으로 어렵게 승소했지만, 수매기간을 훌쩍 넘겨버린 볏가마는 아직도 창고에 쌓여 있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 등록변호사가 단 한명이었던 전북 남원, 사건이 터지면 한쪽 당사자는 전주나 군산의 변호사를 수소문해야 했습니다.

변호사가 소송 당사자 모두를 변론할 수 없는 '쌍방대리 금지 원칙' 때문입니다.

<인터뷰> 태기정(변호사/전북 남원) : "특별하게 생각이 있지 않으면 오려고 하지 않아요. 변호사 사회에서의 서열의식인데. 내가 꼭 시골까지 가서 그렇게 해야 되겠냐라고..."

전국 변호사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은 서울 변호사, 변호사가 단 한명도 없는 시.군.구도 50%를 웃돕니다.

해마다 변호사는 8백여 명씩 쏟아지지만, 사건이 많지 않은 지방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게 기피 이유입니다.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 입회권조차 보장받지 못합니다.

<인터뷰> 구회근(전남 장흥지원장) : "변호사들이 대부분 해남이나 광주에서 오는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이 자기가 개업한 법원 사건을 주로 우선시하다 보니까 여기를 좀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국선전담변호인제도.

'성의없는 변론'이란 선입견은 많이 깨졌지만, 과중한 업무량과 낮은 처우는 여전히 개선돼야 할 과제입니다.

<인터뷰> 심훈종(국선변호사) : "전문적 지식을 가진 젊은 변호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급여 인상 등이 절실합니다."

실제 국선전담 사건은 지난 3년간 2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올 들어 월 평균 25건으로 제한했다지만, 여전히 사선 변호사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준입니다.

<인터뷰> 장영수(교수/고려대 법대) : "소송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을 지양하고, 소송 이외의 활동에 대해서도 좀더 적극적으로 법률서비스를 확장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뿌리깊은 우리 사회의 법의식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법률 사각지대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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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 서비스 ‘사각지대’
    • 입력 2008-08-27 21:21:00
    뉴스 9
<앵커 멘트> '변호사 만명 시대'를 진단하는 연속기획, 오늘은 끝순서로 법률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살펴봅니다. 만명이 넘었다는 변호사를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이른바 무변촌과 국선전담 변호인제도의 현주소를 황현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중원 씨는 지난해 쌀 180가마를 이웃집 창고에 보관해 오다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이웃이 빚 때문에 압류를 당하면서 한씨 쌀도 처분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인터뷰> 한중원(전남 장흥군) : "남들은 농협 수매같은 것을 다 하고 있는데 우리는 묶여 있으니까 (수매를) 하지 못하고 . 답답하죠." 장흥과 강진지역은 판사는 있는데 변호사는 없는 이른바 '유판무변촌', 결국 한 씨는 멀리 목포까지 변호사를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법률구조공단 도움으로 어렵게 승소했지만, 수매기간을 훌쩍 넘겨버린 볏가마는 아직도 창고에 쌓여 있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 등록변호사가 단 한명이었던 전북 남원, 사건이 터지면 한쪽 당사자는 전주나 군산의 변호사를 수소문해야 했습니다. 변호사가 소송 당사자 모두를 변론할 수 없는 '쌍방대리 금지 원칙' 때문입니다. <인터뷰> 태기정(변호사/전북 남원) : "특별하게 생각이 있지 않으면 오려고 하지 않아요. 변호사 사회에서의 서열의식인데. 내가 꼭 시골까지 가서 그렇게 해야 되겠냐라고..." 전국 변호사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은 서울 변호사, 변호사가 단 한명도 없는 시.군.구도 50%를 웃돕니다. 해마다 변호사는 8백여 명씩 쏟아지지만, 사건이 많지 않은 지방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게 기피 이유입니다.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 입회권조차 보장받지 못합니다. <인터뷰> 구회근(전남 장흥지원장) : "변호사들이 대부분 해남이나 광주에서 오는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이 자기가 개업한 법원 사건을 주로 우선시하다 보니까 여기를 좀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국선전담변호인제도. '성의없는 변론'이란 선입견은 많이 깨졌지만, 과중한 업무량과 낮은 처우는 여전히 개선돼야 할 과제입니다. <인터뷰> 심훈종(국선변호사) : "전문적 지식을 가진 젊은 변호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급여 인상 등이 절실합니다." 실제 국선전담 사건은 지난 3년간 2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올 들어 월 평균 25건으로 제한했다지만, 여전히 사선 변호사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준입니다. <인터뷰> 장영수(교수/고려대 법대) : "소송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을 지양하고, 소송 이외의 활동에 대해서도 좀더 적극적으로 법률서비스를 확장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뿌리깊은 우리 사회의 법의식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법률 사각지대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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