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와우 아파트를 기억하십니까? 지난 1970년 부실시공으로 준공 넉 달 만에 무너져 33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와우 아파트처럼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이 서울에만 4백여 곳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런 건물이 왜 방치되고 있는지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류호성 기자! 붕괴 위험에 처한 건물이 서울에만 4백여 곳이라면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데요?
<리포트>
정확히는 410곳인데 이 가운데 아파트가 57곳, 연립주택이 29곳입니다.
이런 곳에 사는 주민들은 요즘 같은 장마철에 특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 냉천동의 금화 시범아파트입니다.
1971년에 지어졌으니까 벌써 40년이 됐습니다.
외벽 곳곳에 금이 가거나 콘크리트 조각이 부서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 보입니다.
집안 내부 사정도 비슷합니다.
이 아파트의 안전등급은 최하인 E등급이지만 여전히 10여 가구가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금화시범아파트 주민 : "여기 이 벽이 찢어지면서 갑자기 다 떨어지더라고요. 맞았으면 진짜 생명이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었으니까."
지금 보시는 곳은 D등급을 받은 강남아파트인데요.
천장엔 구멍이 뚫리고, 외벽의 균열이 심해 어른 손이 들어갈 정도입니다.
배수 시설도 낡아 비만 오면 하수관이 역류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인터뷰> 강남아파트 주민 : "2000년도에 그때 물이 여기 위까지 찼지. 저쪽 외벽이 무너져가지고 보수한 데가 몇 군데 있잖아요. 근처로는 못 가게 뭐 쳐놨잖아."
비가 올 때면 공무원들이 순찰을 하지만, 특별한 안전대책이 없어 주민들은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질문>
화면으로 보기에도 위태로워 보이는데, 이런 아파트가 어느 정도로 위험한 겁니까?
<답변>
한 마디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런 건물을 특정 관리 대상 시설이라고 하는데요.
이 특정관리 대상시설은 A부터 E까지 5등급으로 나눠져있습니다.
A부터 C까지는 안전한 편입니다.
D등급은 긴급보수가 필요하고, E등급은 즉시 사용을 금지한 뒤 개축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질문>
그렇게 위험한 건물에 지금도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답변>
네, 보상문제와 같은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강남아파트의 경우엔 이미 지난 1995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지만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무산됐습니다.
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최정룡(강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 : "대지 면적이 적은 데다가 세대 수가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없어서 시공사들이 많이 꺼리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사할 돈도 마련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위험한 아파트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요.
개발수익이라는 경제성만 따지다 보니 재건축과 이주가 늦어지고 덩달아 위험한 상황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질문>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당장 붕괴위험이 있는 집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겁니까?
<답변>
현행법상 이런 위험 시설물에 대해 정부가 강제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주민들과의 마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습니다.
개발이 더뎌질수록 붕괴 위험은 커지기 때문에 비교적 수익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영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요.
하지만, 어떤 기업이라도 결국은 수익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주민들 간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왜곡된 건설 시장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임홍철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 : "외국의 경우를 보게 되면 건설 시장 전체에서 유지 관리라든가 보수 보강을 하는 비율이 한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10%를 넘지 못하고 있는데"
물량 위주의 신축이 아닌 유지 보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