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진 촬영 때 웃음꽃 '만발'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0년 만에 같은 복식조로 뭉친 남북 탁구 대표단 사이에 어색함은 없었다.
남북한 탁구 대표들은 20일 저녁(현지시간) 국제 탁구 친선대회인 '피스 앤드 스포츠컵'의 대진 추첨과 기자회견이 열린 카타르 도하 리츠칼튼 호텔에 모였다.
남북한 탁구 선수단은 1991년 지바 선수권대회에서 첫 단일팀으로 출전한 이후에도 국제대회에서 마주칠 때마다 돈독한 우정을 나눠온 사이지만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에는 천안함·연평도 사태 여파로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하지만 20년 만에 다시 한 복식조로 뭉치게 된 이번 대회에서는 서로 살갑게 인사하고 경기와 훈련 일정을 상의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 대표단이 이날 오후에야 숙소인 리츠칼튼 호텔에 도착하는 바람에 양측 대표들은 공식 기자회견 직전에야 첫 인사를 나눴다.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를 비롯한 한국 대표단은 기자회견 시작 직전에 들어온 리정식 감독 등 북한 대표단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리정식 감독은 뒷자리에 앉은 이우성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을 돌아보며 "지난 5월 세계선수권 대회 때보다 얼굴이 좋아졌다"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현정화 전무가 대진표 추첨 결과를 받아적으면서 영문으로 'Kim Hye Song'으로 적힌 김혜성의 이름을 정확히 어떻게 표기하는지 묻자 '송이 아니라 성'이라고 바로잡아주기도 했다.
북한 대표로 출전한 김혁봉과 김혜성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던 유승민·김경아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남북 대표단이 따로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자리에서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처음에는 남북한 선수들과 대표단 일행만 모여 촬영했는데 양측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지켜보던 국제탁구연맹(ITTF) 임원들이 하나 둘 가세했다.
나중에는 칼릴 알 모한나디 카타르 탁구협회장까지 가운데 자리로 끼어들었다.
그러자 김경아는 "우리가 주인공인데 딱 한복판에 들어온다"며 농담을 던져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남북 대표단은 첫 공식 일정인 이날 대진추첨과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호텔 로비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김경아는 스마트폰으로 김혜성과 '셀카'를 찍고 나서 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을 보여줬다.
양측 감독과 대표단 임원들은 선수들이 각자 숙소로 돌아간 뒤 로비에 따로 모여 근황을 묻고 연습시간과 경기 중 벤치를 누가 볼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등 한참 동안 환담했다.
남북한 선수들은 21일 개막식을 겸한 공식만찬 행사에 참석하고 22일 1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토너먼트 방식으로 열리는 남녀 복식경기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