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상위권 순위 다툼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대혼전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7월 들어 무서운 상승세로 단독 선두에 오른 삼성은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2위 두산에 5.5경기까지 앞서며 선두 굳히기에 나선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두산 3연전을 내리 내주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고, 이후 11경기에서 5승6패로 부진하면서 넉넉하게 쌓아뒀던 승차를 고스란히 까먹었다.
17일 현재 삼성은 55승41패2무로 2위 두산(53승44패1무)에 2.5경기 차로 앞섰다.
팀 평균자책점 1위(3.50), 팀 타율 공동 1위(0.269)로 투타에서 완벽한 균형을 자랑하는 삼성이지만 '천적' 두산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의 두산전 평균 자책점은 4.91로 형편없고 타선은 두산을 상대로는 타율 0.214를 기록하며 이상할 정도로 터지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17일부터 두산의 안방인 잠실구장에서 3연전을 벌인다.
삼성이 3승11패로 절대 열세인 두산과의 3연전에서 '천적' 구도를 깨지 못하고 싹쓸이를 당하면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
반면 삼성이 3연승을 거두면 2위 그룹과 격차를 벌리며 여유롭게 포스트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두산은 17일 선발로 최근 등판한 5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 4회, 7이닝 투구를 2회 기록한 에이스 김선우를 내세운다.
이어 삼성을 상대로 각각 4승 무패의 놀라울 만한 성적을 올린 이용찬과 더스틴 니퍼트를 선발로 각각 예고하며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치열한 선두권 다툼 못지않게 3위 롯데부터 6위 넥센까지 무려 4개 팀이 불과 4경기 차로 맞물린 4강 플레이오프 경쟁도 만만치 않다.
눈여겨볼 점은 4강 싸움 중인 4개 팀이 모두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어 어느 특정팀이 치고 나가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3위 롯데는 무더운 날씨에 주축타자들이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이며 특유의 호쾌한 타격이 사라졌다.
장타력이 실종되면서 매번 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게 롯데의 현주소다.
4위 SK는 송은범, 김광현, 채병용 등 재활을 마친 선발투수들이 복귀했지만 아직 정상적인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발진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어 시즌 막판에 어떠한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5위 KIA는 투·타 모두에 부상 선수가 속출하면서 커다란 구멍이 뚫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치열한 4강 다툼을 벌여야 할 시점에 마운드와 타력에서 모두 무게감이 떨어지니 힘을 내기도 어려워졌다.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 야구'를 노리는 6위 넥센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최대의 약점으로 꼽힌다.
브랜든 나이트-밴헤켄이 버티는 원투펀치는 건재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치열한 순위싸움은 처음이라 체력 관리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