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로즈(33·잉글랜드)가 지긋지긋했던 메이저대회 무관 징크스를 털어냈다.
로즈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드모어의 메리언 골프장(파70·6천996야드)에서 끝난 제113회 US오픈 골프대회에서 최종합계 1오버파 281타로 우승했다.
세계 랭킹 5위 로즈는 이로써 조국 잉글랜드에 무려 17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
잉글랜드 선수가 메이저 대회 왕좌에 오른 최근 사례는 1996년 마스터스의 닉 팔도였다. US오픈으로만 따지면 1970년 토니 재클린 이후 43년 만에 나온 잉글랜드 출신 챔피언이다.
1998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낸 로즈는 이후 한때 세계 랭킹 3위까지 오르는 등 세계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지만 유독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까지 메이저 대회에 모두 37차례 출전, 최고 성적은 지난해 PGA 챔피언십 공동 3위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유럽프로골프 투어에서 각각 4승씩 거두는 등 항상 메이저 대회 개막 전에는 우승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됐으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그런 세월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는 주요 선수' 리스트에 단골로 오를 정도가 됐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과 인내심을 잃지 않는 것이 메이저 우승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로즈는 이어 "PGA 투어에서 낸 성적이나 라이더컵 결과를 보면 부담감은 어느 정도 이겨내는 것 같다"며 인내심을 강조했다.
결국 그의 예상대로 이번 대회는 아무도 언더파 점수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선수들의 평정심 유지가 승부를 가르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고 최후의 승자는 로즈가 됐다.
메이저대회 우승 갈증을 푼 로즈는 경기 후 메이저대회 우승을 보지 못하고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며 감격에 젖었다.
주니어 시절 로즈를 지도하고 때로는 캐디백을 멨던 아버지 켄 로즈는 2002년 57세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졌다.
로즈는 "아버지가 생각이 나 하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로즈가 깬 징크스는 개인의 것만이 아니었다.
잉글랜드는 최근 세계 정상급 선수를 여럿 보유하고도 좀처럼 메이저대회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로즈 외에도 세계 랭킹 1위를 경험한 리 웨스트우드, 루크 도널드가 있고 이언 폴터도 빼놓을 수 없는 잉글랜드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웨스트우드는 마스터스와 브리티시오픈에서 준우승, US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3위까지 올랐지만 아직 우승컵을 수집하지 못했다.
도널드 역시 마스터스와 PGA챔피언십에서 3위를 해봤을 뿐 우승 경력은 없다.
한편 올해 첫 메이저대회였던 마스터스에서는 애덤 스콧이 우승하면서 마스터스의 호주 선수 징크스를 깨트린 데 이어 US오픈에서는 잉글랜드와 로즈의 숙원이 풀리는 등 오래된 징크스들이 연달아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