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슨, ‘멋진 아빠’의 여섯번째 준우승

입력 2013.06.17 (10:21)

수정 2013.06.1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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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드모어의 메리언 골프장에서 끝난 제113회 US오픈 골프대회 입장권은 예년보다 비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입장권 가격이 평균 347.9달러(약 39만원)로 지난해 대회보다 64% 정도 올랐다"며 입장권 가격이 오른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필 미켈슨(43·미국)의 선전을 들었다.

미켈슨이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며 생애 첫 US오픈 우승에 다가서자 미국 팬들이 이 대회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미켈슨이 미국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정상급 기량도 있겠지만 역시 그의 남다른 '가족 사랑' 때문이다.

그는 큰딸인 어맨다(14)의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밤 비행기를 타고 1라운드 당일 새벽에 필라델피아 공항에 내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 서쪽 끝인 샌디에이고에서 정반대 편인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까지 3천800여 ㎞를 밤새 날았다. 자칫 날씨가 안 좋아 비행기가 뜨지 못하기라도 하면 메이저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었지만 미켈슨은 주저 없이 딸의 졸업식을 택했다.

1999년 US오픈에 출전했을 때도 그는 대회 기간 내내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안절부절못하며 "출산 조짐이 보인다는 연락이 오면 곧바로 대회를 포기하고 귀가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그 대회가 끝난 다음 날 아빠가 지켜보는 가운데 태어난 어맨다는 올해 졸업식에서도 아빠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미켈슨은 1999년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US오픈에서만 여섯 차례 준우승했다. 우승은 한 번도 없다.

올해 여섯 번째 준우승을 하기 전에도 이미 최다 준우승 기록은 미켈슨 차지였다.

미켈슨은 2009년에는 아내 에이미가 유방암 진단을 받자 그해 브리티시오픈 출전을 포기하고 3개월간 아내 병간호에 전념하기도 했다.

그의 오랜 라이벌로 통하는 타이거 우즈(38·미국)가 2009년 11월 의문의 교통사고를 낸 이후 각종 추문에 휩싸인 것과 대비되면서 미켈슨의 가정적인 면모는 더욱 도드라졌다.

마지막 4라운드가 열린 17일 메리언 골프장에는 "레츠 고, 필"을 외치는 갤러리들이 여기저기서 미켈슨의 우승을 응원했다.

그는 이날 10번 홀(파4)에서 샷 이글을 기록하는 등 첫 우승의 꿈을 부풀렸지만 이후 버디 없이 보기만 3개를 쏟아내 다시 한 번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16번 홀(파4)에서 1.5m 정도 거리의 버디 퍼트 기회를 살리지 못한 장면이 아쉬웠다. 들어갔더라면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공동 선두가 될 수 있었다.

마침 현지 날짜로 4라운드가 열린 16일은 미켈슨의 43번째 생일이자 아버지의 날이었다.

미켈슨은 "지금까지 출전한 US오픈 중에서 가장 우승과 가까웠던 대회였다"며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그의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있는 한 미켈슨은 특유의 미소를 머금은 멋있는 선수, 행복한 아빠로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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