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김, ‘강한 정신력’으로 US오픈 선전”

입력 2013.06.17 (14:23)

수정 2013.06.17 (14:56)

혹시나 실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1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드모어의 메리언 골프장(파70·6천996야드)에서 10오버파 290타로 공동 17위에 오른 재미교포 마이클 김(19·한국명 김상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최고의 성적으로 실버메달의 영광을 안았지만 3라운드까지 단독 10위를 차지하면서 '매서운 바람'을 예고했기에 주변에서는 최종 결과에 낙담하지 않았을까 하는 관측이 제기된 터였다.

하지만 마이클 김은 "그저 즐기려고 했다. 너무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었다"며 '쿨'한 모습으로 기자를 상대했다.

UC 버클리 2학년인 마이클 김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인 2000년 TV 부품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 김선득(55)씨와 함께 미국 샌디에이고로 이민을 갔다.

이후 초등학교 때 특기활동으로 골프채를 잡은 것이 인연이 돼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마이클 김은 이번 시즌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대회에서 4승을 거두며 톱플레이어에게 주는 잭 니클라우스 상을 받았다. 현재 세계아마추어 랭킹은 9위.

깊은 러프와 빠른 그린 스피드로 중무장한 메리언 골프장에서 세계정상급 선수들도 타수를 줄이기보다는 지키기 경쟁을 벌여야 했던 이번 대회에서 그는 아마추어답지 않은 느긋함과 정교함으로 갤러리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마이클 김은 3라운드 직후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도중 리더보드를 보면서 내가 몇 위인지 또는 선두와 몇 타 차인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서 "단지 유명한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사실에 기뻤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골프채널은 "비거리는 짧지만 퍼트 실력이 프로 수준인 마이클 김의 스타일이 전장 7천 야드가 되지 않는 이번 대회 경기장과 잘 맞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부친 김씨는 마이클 김이 이번 대회를 포함해 최근 상승세를 타는 원천을 '강한 정신력'에서 찾았다.

처음부터 프로로 키울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가능성을 봤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에는 3라운드 마지막 부분에서 좋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위기에서도 평상심을 잘 유지하면서 큰 대회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김은 초등학교 시절 처음 골프를 접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였다고 한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0년 '웨스턴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2등을 한 것이 자신의 잠재력을 확인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마이클 김은 "주니어 무대에서는 상당히 큰 대회인데 그때부터 많은 대학이 내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그때는 좋은 대학들의 관심을 받고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이 제일 큰 목표였다"고 떠올렸다.

그는 US오픈을 계기로 자신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메리온 골프장에 처음 왔을 때에는 많은 참가자 중 한 명에 불과했지만 나흘간의 대회가 끝난 지금은 얼굴과 이름을 알아보고 사인을 해달라며 접근하는 팬들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다.

달라진 위상은 숙소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에도 확인됐다.

데이브 수니라는 미국인이 스타와 마주친 듯한 표정으로 다가와 "마이클 김 아니냐. 너무 잘했다. 축하한다"며 사인과 함께 인증 샷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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