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국론 분열은 또 다른 ‘시한폭탄’

입력 2013.07.04 (06:20)

수정 2013.07.04 (07:40)

이집트 군부가 전면에 나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에 성공했더라도 국론 분열은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다.

국론 분열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이슬람 세력과 세속·자유주의 진영 간 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무르시 반대파들은 무르시 대통령 취임 1주년인 지난달 30일부터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궁 앞에서 연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반정부 시위에는 매일 수십만명이 집결했다.

이에 맞서 무르시 지지자들 수만명은 카이로 나스르시티와 카이로대 주변에 집결해 '무르시 결사 수호'를 외쳤다.

이들은 무르시 대통령이 자유민주 선거로 선출된 만큼 정당성을 확보했으며 '사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무르시의 퇴진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한 사이 2일 밤 카이로 기자지역 카이로대학 인근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해 최소 18명이 숨지고 400명이 부상했다.

지난 1일에는 무르시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 본부 경비원과 반정부 시위대가 총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8명이 숨졌다.

시위대 수십명이 무슬림형제단 본부 6층짜리 건물에 불을 지르고 내부 집기를 약탈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집트는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이전보다 훨씬 더 분열된 혼란의 시기를 맞고 있다.

2년6개월 전만 해도 자유·세속주의 세력과 무슬림형제단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그러나 무바라크가 퇴진하고 나서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시민혁명으로 무바라크가 퇴진하고 무르시가 독주 체제를 굳히는 사이 두 세력은 상호 비방을 주고받는 '숙적' 관계로 발전했다.

양측은 지난해 말 이집트 새 헌법 제정을 둘러싸고 무르시 찬반 시위를 벌이면서 충돌, 수십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했다.

무르시는 또 자신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대통령궁 주변에서 자주 열리자 이 지역에 콘크리트 장벽까지 설치하면서 국민과의 소통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이집트의 국론 분열은 애초 무르시가 야권과 타협 없이 새 헌법 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무르시는 지난해 11월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사법부의 의회 해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현대판 파라오 헌법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은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제헌의회의 합법성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재판을 열기 며칠 전에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다.

그러나 무르시는 '파라오 헌법 선언'으로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도 전에 제동을 걸었고, 이집트 사법부는 93년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법 파동이 벌어졌다.

무르시는 더 나아가 제헌 의회가 신속하게 표결로 승인한 새 헌법 초안을 강행 처리해 야권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표결은 제헌 의회 의원 100명 중 기독교계와 자유주의 진영 의원들이 불참하고, 무슬림형제단 회원과 살라피스트 등 이슬람주의자 위주로 86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 헌법 초안은 야권의 참여 없이 무슬림형제단과 살라피스트들이 주도적으로 작성해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무르시는 이후에도 새 헌법 제정을 계속 밀어붙이면서 야권과 시민단체들의 분노를 더 키웠다.

이집트 자유주의 세력은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에 맞서고 이슬람주의 세력들의 정치적 독점화를 막고자 세속주의·사회주의·민족주의 성향의 인사, 여성단체들과 합류했다.

자유·사회주의 계열 등을 모두 어우르는 범야권 그룹인 '구국전선(NSF)은 "무르시는 정당성을 잃었다"며 퇴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범야권 그룹은 반정부 시위 조직 '타마로드'(반란)를 만들어 '불신임 서명' 운동을 전개해 2천200만명이 넘는 서명을 받아냈다.

이집트는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자유·세속주의자와 이슬람주의자 지지자들로 양분된 적이 있다.

자유·세속주의자와 소수 기독교인은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이자 무바라크 정권 당시 외무장관을 역임한 아므르 무사와 총리 출신인 아흐메드 샤피크를 지지했다.

반면 무슬림형제단이 대선 후보로 내세운 무르시는 이슬람교도 서민층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서 무르시는 51.73%를 득표해 48.27%를 얻은 샤피크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결선 투표 수치에서도 이집트 국민은 양분된 여론을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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