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시니어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 14년 만의 금메달을 안겨 '깜짝스타'로 떠오른 류한수(25·상무)의 표정에는 '해냈다'는 뿌듯함과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가 교차했다.
2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막을 내린 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우승하고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류한수는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 선발전부터 목숨을 걸고 뛰겠다"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원래 60㎏급 선수였던 류한수는 체급을 올린 지 채 2년이 되지 않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에 출전하더니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한국 레슬링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그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류한수의 선수 생활은 결코 평탄하지 못했다.
주니어 시절 아시아 정상에도 오르는 등 유망주로 꼽혔지만 자신의 체급인 60㎏급에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삼성생명)이 버티고 있어 2인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류한수는 2011년 말 상무에 입대한 뒤 한 체급을 올렸다.
그는 "정지현이라는 강자를 감량해서는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큰 모험에 당당히 나설 수 있던 데에는 긍정적인 특유의 성격이 한몫했다.
류한수의 좌우명은 '정해진 룰 안에서 마음껏 놀자'라고 한다.
평소에도 대책 없이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류한수는 "체급을 올릴 때에도 어떤 강점을 꼽을 수도 없는데 그냥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며 웃었다.
류한수는 금메달을 딴 뒤 '말춤'을 춘 이유를 묻는 말에도 "원래 태극기를 들고 한 바퀴 돌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와 출 수밖에 없었다"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그가 이런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던 데에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 스승의 힘도 있었다.
류한수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스승이 누구냐고 묻자 제대 후 돌아갈 소속팀인 삼성생명의 김인섭 코치를 꼽았다.
"대학교 3, 4학년 때 연달아 팔이 부러져서 다들 '안 될거다'라고 했을 때 김 코치님만 '한수는 꼭 된다'고 거들어주셨어요. 다른 곳을 볼 겨를도 없이 코치님만 믿고 재활에 매달렸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현지에 머문 20일 내내 코치님께서 문자 메시지로 '자신만 믿어라'라고 긍정적인 얘기를 해 주신 것이 힘이 됐습니다."
혹독한 훈련으로 다진 체력 위에 단단한 마음까지 더해지자 거칠 것이 없었다.
류한수는 "상대 호흡만 듣고도 승리를 직감했다"면서 "상대가 체격이나 힘은 좋지만 우리보다 체력이 부족한 것을 느낄 수 있어서 2회전이 되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이번 대회를 돌아봤다.
첫 세계무대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린 류한수는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일단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목숨을 걸고 선발전에 나서 대표로 뽑힌 뒤 가장 높은 곳에 다시 태극기를 걸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