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특허 장벽

<앵커 멘트>

6단 자동변속기 하나를 개발하는데 무려 2만여 개의 국제 특허를 피해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했다고 합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특허장벽,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박영관 기자입니다.


<리포트>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4년 6단 자동변속기 공동 개발을 위해 외국 업체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일본업체는 완제품을 사다 쓰라며 거절했고, 독일업체는 수천억 원의 특허사용료를 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결국 남은 선택은 독자개발.

선진국 기업들이 구축해 놓은 2만여 건의 특허를 살펴보고, 그 특허를 피해가면서 개발하는 것이 가능한지 분석하는 데만 1년 걸렸습니다.

그 뒤 연구원 150명이 3년 동안 밤잠을 못 자며 고생한 끝에 지난해 말에 독자개발에 성공했지만, 사실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엄청난 모험이었습니다.

<인터뷰>김홍민(현대.기아차): "자동변속기설계팀장 "특허망을 피해서 새로운 기술을 찾는다는 게 사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이 어려운 부분이고…"

이제는 이른바 돈 되는 모든 기술은 국제 특허장벽에 둘러싸여있습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에 2천여 개가 넘는 특허로 방어망을 구축해 놨고, 작은 휴대전화에도 7만 개가 넘는 국제특허가 얽혀있을 만큼 특허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윤선희(한양대학교 교수): "어떤 제품 안에 특허가 한 건만 있는 게 아니라 수백 개의 특허가 있다 보니까 그 중에 하나만이라도 문제가 제기되면 특허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죠."

선진국 정부와 기업들은 특허를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만들어가고 있고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입장에선 특허장벽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박영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