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속에서 뽑아내는 에너지, 지열발전

입력 2008.02.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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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땅 속의 열을 이용한 지열발전이 유용한 신재생 에너지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내부 온도가 4천도에 이르는 거대한 보일러, 지구의 열을 그대로 이용해서 깨끗할 뿐만 아니라 거의 무한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앞 다퉈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지열 발전국, 미국의 지열발전 현황을 이웅수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겨울 한두 달을 제외하고 연중 따사로운 태양이 내리 쬐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145킬로미터를 가면 미국 와인의 메카 나파밸리가 나타납니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나파밸리에는 또 다른 자연의 축복이 있습니다. 가장 청정하고 환경 친화형 재생 에너지인 지열 자원입니다.

나파밸리의 산지 이곳저곳에서는 뜨거운 증기가 쉼 없이 대기 중으로 나옵니다. 열수와 가스, 수증기가 분출하는 간헐천입니다. 이 고온의 열수는 지구 내부의 열 즉 지열로 데워져 지표면으로 끓어오르는 지하수입니다. 이 일대 지역 50평방킬로미터에는 이런 간헐천들이 수 백 곳이나 산재해 있습니다.

한 지열 발전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곳에서 나오는 증기 온도는 2백도 가까이에 이릅니다. 지금도 가까이 접근하기 힘들만큼 대단히 뜨겁습니다. 이 발전소는 이 같은 증기 우물 10개를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 배관망을 통해 모아진 고온고압의 증기는 발전소 내부로 이어져 두 대의 터빈을 돌립니다.

<인터뷰> 하지스(엔지니어) : "시간당 15만 킬로그램의 증기를 받아서 터빈을 돌립니다. 증기 온도는 화씨 350도(섭씨 177도) 정도 됩니다."

발전소는 24시간 거의 쉬지 않고 돌아가고 97%의 높은 가동률을 자랑합니다. 지열발전소는 운전이 쉬어 가동 인력도 소수입니다.

<인터뷰> 파커(통제관) : "주야간으로 한 명씩 24시간 일합니다."

터빈을 돌리고 난 증기는 외부의 냉각탑으로 빠져나가 물로 바뀌어 다시 재활용됩니다.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유황은 비료의 원료로 팔려나갑니다. 무공해 발전에 부산물까지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발전소는 27메가와트, 2만 7천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좀 더 큰 다른 발전소를 찾아가봤습니다. 이 발전소는 증기우물 30개를 사용해 60메가와트에서 최대 120메가와트까지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발전소는 필요한 증기의 양이 많다보니 인근 도시들에서 깨끗하게 처리된 폐수를 가져와 재활용합니다.

<인터뷰> 파블로 아스토가(통제관) : "산타로사와 레이크 카운티에서 폐수, 폐수라기보다는 처리된 인데요, 여기까지 펌프로 가져오면 다시 땅속으로 주입해서 더 많은 증기를 만들어냅니다."

나파밸리 일대에는 이렇게 천연증기와 폐수 재활용해 만든 증기를 이용하는 지열 발전소들이 22개나 산재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발전소들은 폐수 분배 시설과 함께 가동됩니다.

<인터뷰> 버저드(엔지니어) : "여기 있는 것은 주입펌프입니다. 산타로사에서 온 폐수를 산꼭대기로 끌어올려서 증기우물들로 흘러가게 합니다."

이렇게 인근 도시의 하수처리장에서 온 하루 4,150만 리터의 폐수가 66킬로미터의 파이프를 통해 이곳까지 공급돼 다시 지하로 주입됩니다.

<인터뷰> "일단 뜨거워져서 증기로 되면 (지하에서) 이동하게 되고 증기우물로 나와서 발전소로 가게 되면 전기를 더 생산하는 것입니다."

폐수를 재활용하는 지열발전은 지열발전소의 지속적인 가동을 보장해줄 뿐 아니라 폐수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유리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증기를 넓은 지역에서 모아야 하다 보니 산허리들에는 증기 배관들이 굽이굽이 감돌고 있습니다. 배관망의 길이는 총 130킬로미터, 배관들은 증기가 이동 중 식지 않도록 모두 단열 처리 돼 있습니다.

이렇게 증기를 모아 만드는 전력 총량은 850메가와트, 85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캘리포니아 주 전체 전력 소비량의 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캘리포니아 주 뿐 아니라 북부 네바다주에서는 10% 하와이에서는 25%로 지열발전 비중이 높습니다.

<인터뷰> 스티브 쵸크(미 에너지부 차관) : "향후 5년 동안 지열 발전 능력을 두 배로 키울 것입니다. 또 10년 동안 발전능력을 10배로 늘려 3백만 킬로와트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하로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가 지구상 어느 곳에서든 지열 발전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인터뷰> 스티브 쵸크(미 에너지부 차관) : "더 깊이 가능하면 60킬로미터까지 파고 들어가 저장고를 만들고 물이나 다른 액체를 넣어 뜨겁게 한 뒤 지표면으로 끌어올려 터빈이나 증기 엔진을 돌리게 하는 겁니다."

기술적 문제점을 극복할 경우 미 에너지부는 2050년까지 미국 내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생산하는 만큼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지열발전 국가는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현재 아이슬란드와 스웨덴, 중국, 일본 등 세계 30여 개국이 지열을 발전에 이용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46개국으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열이 유력한 대체에너지로 급부상하면서 세계 각국은 내부 온도 4천도로 거대한 '보일러'나 다름없는 지구 속 열 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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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 속에서 뽑아내는 에너지, 지열발전
    • 입력 2008-02-24 09:50:3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땅 속의 열을 이용한 지열발전이 유용한 신재생 에너지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내부 온도가 4천도에 이르는 거대한 보일러, 지구의 열을 그대로 이용해서 깨끗할 뿐만 아니라 거의 무한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앞 다퉈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지열 발전국, 미국의 지열발전 현황을 이웅수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겨울 한두 달을 제외하고 연중 따사로운 태양이 내리 쬐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145킬로미터를 가면 미국 와인의 메카 나파밸리가 나타납니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나파밸리에는 또 다른 자연의 축복이 있습니다. 가장 청정하고 환경 친화형 재생 에너지인 지열 자원입니다. 나파밸리의 산지 이곳저곳에서는 뜨거운 증기가 쉼 없이 대기 중으로 나옵니다. 열수와 가스, 수증기가 분출하는 간헐천입니다. 이 고온의 열수는 지구 내부의 열 즉 지열로 데워져 지표면으로 끓어오르는 지하수입니다. 이 일대 지역 50평방킬로미터에는 이런 간헐천들이 수 백 곳이나 산재해 있습니다. 한 지열 발전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곳에서 나오는 증기 온도는 2백도 가까이에 이릅니다. 지금도 가까이 접근하기 힘들만큼 대단히 뜨겁습니다. 이 발전소는 이 같은 증기 우물 10개를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 배관망을 통해 모아진 고온고압의 증기는 발전소 내부로 이어져 두 대의 터빈을 돌립니다. <인터뷰> 하지스(엔지니어) : "시간당 15만 킬로그램의 증기를 받아서 터빈을 돌립니다. 증기 온도는 화씨 350도(섭씨 177도) 정도 됩니다." 발전소는 24시간 거의 쉬지 않고 돌아가고 97%의 높은 가동률을 자랑합니다. 지열발전소는 운전이 쉬어 가동 인력도 소수입니다. <인터뷰> 파커(통제관) : "주야간으로 한 명씩 24시간 일합니다." 터빈을 돌리고 난 증기는 외부의 냉각탑으로 빠져나가 물로 바뀌어 다시 재활용됩니다.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유황은 비료의 원료로 팔려나갑니다. 무공해 발전에 부산물까지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발전소는 27메가와트, 2만 7천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좀 더 큰 다른 발전소를 찾아가봤습니다. 이 발전소는 증기우물 30개를 사용해 60메가와트에서 최대 120메가와트까지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발전소는 필요한 증기의 양이 많다보니 인근 도시들에서 깨끗하게 처리된 폐수를 가져와 재활용합니다. <인터뷰> 파블로 아스토가(통제관) : "산타로사와 레이크 카운티에서 폐수, 폐수라기보다는 처리된 인데요, 여기까지 펌프로 가져오면 다시 땅속으로 주입해서 더 많은 증기를 만들어냅니다." 나파밸리 일대에는 이렇게 천연증기와 폐수 재활용해 만든 증기를 이용하는 지열 발전소들이 22개나 산재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발전소들은 폐수 분배 시설과 함께 가동됩니다. <인터뷰> 버저드(엔지니어) : "여기 있는 것은 주입펌프입니다. 산타로사에서 온 폐수를 산꼭대기로 끌어올려서 증기우물들로 흘러가게 합니다." 이렇게 인근 도시의 하수처리장에서 온 하루 4,150만 리터의 폐수가 66킬로미터의 파이프를 통해 이곳까지 공급돼 다시 지하로 주입됩니다. <인터뷰> "일단 뜨거워져서 증기로 되면 (지하에서) 이동하게 되고 증기우물로 나와서 발전소로 가게 되면 전기를 더 생산하는 것입니다." 폐수를 재활용하는 지열발전은 지열발전소의 지속적인 가동을 보장해줄 뿐 아니라 폐수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유리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증기를 넓은 지역에서 모아야 하다 보니 산허리들에는 증기 배관들이 굽이굽이 감돌고 있습니다. 배관망의 길이는 총 130킬로미터, 배관들은 증기가 이동 중 식지 않도록 모두 단열 처리 돼 있습니다. 이렇게 증기를 모아 만드는 전력 총량은 850메가와트, 85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캘리포니아 주 전체 전력 소비량의 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캘리포니아 주 뿐 아니라 북부 네바다주에서는 10% 하와이에서는 25%로 지열발전 비중이 높습니다. <인터뷰> 스티브 쵸크(미 에너지부 차관) : "향후 5년 동안 지열 발전 능력을 두 배로 키울 것입니다. 또 10년 동안 발전능력을 10배로 늘려 3백만 킬로와트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하로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가 지구상 어느 곳에서든 지열 발전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인터뷰> 스티브 쵸크(미 에너지부 차관) : "더 깊이 가능하면 60킬로미터까지 파고 들어가 저장고를 만들고 물이나 다른 액체를 넣어 뜨겁게 한 뒤 지표면으로 끌어올려 터빈이나 증기 엔진을 돌리게 하는 겁니다." 기술적 문제점을 극복할 경우 미 에너지부는 2050년까지 미국 내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생산하는 만큼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지열발전 국가는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현재 아이슬란드와 스웨덴, 중국, 일본 등 세계 30여 개국이 지열을 발전에 이용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46개국으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열이 유력한 대체에너지로 급부상하면서 세계 각국은 내부 온도 4천도로 거대한 '보일러'나 다름없는 지구 속 열 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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