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1일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 4차전에서 전·후반에 두 개의 다른 팀이 뛰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
전반과 후반에 보여준 공격의 빈도와 질이 워낙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원정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 윙포워드 지동원·서정진으로 이뤄진 스리톱 선발 공격진을 가동했다.
구자철과 이용래가 뒤를 받쳐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수비수로 뛰던 홍정호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왔다.
공격과 수비를 오갈 좌우 수비수로는 각각 홍철과 차두리가 포진했고 중앙 수비수는 곽태휘와 이정수가 맡았다.
전반에는 이 라인업에서 골이 터지지 않았고 골을 기대할 만한 결정적 장면도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가 초반부터 거칠게 몰아붙여 미드필드의 주도권을 빼앗긴 데다 상대의 빠른 공수전환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격진은 전반적으로 몸이 무거워 보였고 볼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영리한 움직임도 관측되지 않았다.
미드필드나 수비라인에서 볼을 빼앗았을 때 공격진이 이를 예측하고 미리 움직이면 골 찬스를 만들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볼을 잡았을 때 패스할 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공격진이 정적이었고 볼이 전방 위험 지역에 투입돼도 골 기회를 합작할 동료는 한참 뒤에 있었다.
이런 플레이가 되풀이되면서 대표팀은 전반 45분 상대 골키퍼와 수비라인 사이인 뒷공간을 단 한 차례도 활용하지 못했다.
그간 조광래호의 붙박이 미드필더로서 공수를 연결하던 미드필더 기성용이 컨디션 난조로 출전하지 못한 것도 답답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 원인이 됐다.
기성용은 오랜 시간 공격진과 끈끈하게 발을 맞춰온 데다 자로 잰 듯한 롱패스나 강력한 중거리슛, 프리킥 등으로 침체한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왔다.
그러나 한국팀은 후반 들어 손흥민과 이근호, 이승기가 공격진에 교체 투입되면서 공격의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손흥민이 적극적으로 수비와 골키퍼 사이의 공간에 침투할 때마다 볼이 뒤에서 연결되면서 아랍에미리트 수비진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손흥민이 들어간 것은 아주 적절했다"며 "손흥민이 골문을 향해 수비 뒷공간으로 자주 쇄도하면서 자신의 큰 장점을 잘 발휘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손흥민의 이런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들이 뒤로 물러나는 효과가 생겼고 한국이 미드필더의 주도권을 잡는 변곡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전반에는 답답했고 한국은 객관적 전력에서 앞섬에도 적극적으로 우세를 활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아랍에미리트는 전반 시작하자마자 한국이 시차적응이 덜 돼 컨디션 조절이 어려울 줄 알고 강하게 밀어붙였다"며 "아랍에미리트는 그러다가 후반에 체력 부담이 오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체적인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으나 후반에 손흥민, 이근호, 이승기가 전방에서 골 찬스의 실마리를 잡아준 것이 주효했다고 지적했다.
공격진의 몸이 뒤늦게 풀린 것은 박주영(아스널)과 지동원(선덜랜드),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등이 클럽에서 백업요원으로서 리그 경기를 거의 뛰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