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그리스전, 축구 이상의 의미

입력 2012.06.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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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현지시간) 폴란드 그단스크 경기장에서 열릴 유로2012 8강전에서 만난 독일과 그리스.

이 경기는 단순한 축구 이상의 의미다. 특히 그리스인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리스팀 공격수 드미트리스 카추라니스(31)는 AP통신에 "나라 문제들 때문에 인터넷이나 신문을 보면 짜증난다.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의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싶다"고 결전을 앞둔 각오를 다졌다.

그리스인들의 이런 짜증의 화살은 무책임한 자국 정치권은 물론 `점령군' 독일에 맞춰져 왔다.

그리스 국민 10명 중 8명은 유로존 잔류를 희망한다. 그러나 같은 비율만큼이나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요구된 재정 긴축은 거부하고 있다. 혹독한 긴축을 요구하는 선봉에 독일이 서 있다는 게 그리스인들의 보편적 정서다.

독일이 그리스에 긴축을 강요할 때마다 그리스에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독일 관리들을 히틀러 치하 나치에 풍자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메르켈 총리는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매우 엄격하게 규칙을 준수해야 하고, 이전에 약속한 개혁들은 옳은 것이며 실행돼야 한다"며 그리스 구제금융 이행조건의 완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메르켈의 이런 완고한 태도는 `그리스는 흥청망청 살다가 망가진 것인 만큼 그리스에 돈을 대주기 싫다'는 여론도 한몫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등 독일 고위관리들조차 공공연히 그리스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운운해 그리스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런 가운데 메르켈 총리가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 관람할 예정이어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미 앙숙인 러시아와 폴란드 간 경기를 앞두고는 장외에서 응원단끼리 한바탕 격한 몸싸움이 벌어진 바 있다.

물론 게오르그 슈트라이터 독일 정부 대변인은 "순전히 스포츠 이벤트일 뿐이며 총리는 흥미롭고 공정한 경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정치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그리스팀 주장 코스타스 카추라니스도 "축구 경기를 하러 여기 왔다. 정치와 관련이 없다"면서 "우리 국가를 대표해 여기 왔다. 새 총리가 등장했으니 정치문제를 물으려면 그에게 가라"고 했다.

그러나 "죽을 힘을 다해 싸울 것"이라는 그의 말은 이번 경기를 바라보는 자국 국민들의 감정을 의식한 것은 아닐까 싶다.

따뜻한 기후 탓인지 `낙천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그리스인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모습은 이 나라가 국가부도 위기에 있는 나라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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