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집안에서는 가지 나무에서 수박이 열린다고 했다.
2008년 창단 후 첫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진출 꿈에 부푼 넥센 히어로즈가 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이 격언에 딱 들어맞는 경험을 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부진에 빠진 강정호를 5번에서 6번으로 내리고 한창 뜨거운 김민성을 그 자리에 기용했다.
302일 만에 5번 중심 타자로 나선 김민성은 1-0이던 4회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넥센은 김민성의 결정적인 홈런을 발판 삼아 한화를 5-2로 눌렀다.
4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린 김민성은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시즌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더니 그 수를 11개로 불렸다.
이날까지 팀 홈런 80개를 때려 9개 구단 중 1위를 달리는 넥센은 절반이 넘는 50방을 목동에서 터뜨렸다.
목동구장의 홈에서 좌·우 펜스 거리는 98m. 가운데 펜스까지 거리도 118m인 작은 구장이다.
넥센이 홈에서 27승 1무 17패라는 높은 승률을 올린 배경으로 목동에서 유독 강한 타자들의 홈런 본능을 들 수 있다.
홈런 1위를 달리는 박병호가 22방의 홈런 중 16개를 목동에서 터뜨렸고, 이성열이 16방 중 7개, 강정호가 13개 중 10개를 홈에서 몰아쳤다.
김민성도 11개 중 6개를 목동에서 쏘아 올리는 등 작은 구장의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
팀에서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4명의 타자가 39번이나 목동에서 짜릿한 손맛을 보면서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구장이 작으면 타자는 신나지만 투수는 고달픈 법.
그러나 넥센 투수들은 타자들의 대포 지원 덕분에 목동 홈에서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해 시즌 평균자책점(4.42)보다 나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에 반해 LG(7.90), 두산(6.70), 한화(6.64), 삼성(5.33) 등은 목동구장에서 넥센 타자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며 평균자책점이 시즌 성적보다 한참 높다.
주포 박병호를 중심으로 젊은 타자들의 패기 넘친 한 방으로 화끈한 야구를 도모하는 넥센이 4강 혈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가을잔치 초대권을 손에 넣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