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하 전 대표팀 코치, 중국 옌볜 지휘봉

입력 2015.02.09 (07:31)

수정 2015.02.09 (08:22)

"이런 경험을 제가 또 언제 해보겠습니까. 지도자로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윈난성 쿤밍의 체육훈련기지에서 만난 박태하(47) 전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박 전 코치는 지난해 12월 중국 프로축구 옌볜FC 감독에 선임돼 현재 팀의 쿤밍 전지훈련을 이끌고 있다.

2005년 포항 스틸러스 코치를 시작으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국가대표 코치를 지낸 박 감독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국가대표 코치를 맡아 출전했다.

이후 2011년 12월까지 대표팀 코치를 역임한 박 감독은 2012시즌 FC서울 수석코치를 맡아 그해 서울의 우승에 힘을 보탠 지도자다.

2012시즌이 끝난 뒤 허정무·히딩크 축구교실에서 유소년을 가르쳐온 그는 이번에 처음 프로팀 사령탑을 맡았다.

하지만 한국 축구 대표팀 수석코치까지 지낸 그가 중국 프로축구에서도 3부리그에 해당하는 을(乙)리그 팀이었던 옌볜FC 지휘봉을 잡은 것은 아무래도 격에 맞지 않아 보였다.

박 감독은 "주위에서 그런 반응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한 번 하기로 한 다음에야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며 "지도자로서 이런 경험을 또 언제 해보겠느냐"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프로축구에 대해 아직도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2부리그 허베이성 팀의 경우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 출신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을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베이성은 1991년부터 레알 마드리드, 2003년 FC바르셀로나,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세르비아 대표팀을 지휘한 화려한 경력의 라도미르 안티치(67·세르비아)에게 2015시즌 지휘봉을 맡겼다.

박 감독이 이끄는 옌볜FC도 원래는 2015시즌 3부리그에서 뛰게 될 예정이었으나 2부리그 한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지난달 말에 2부리그인 갑(甲)리그 승격의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3부리그는 4월27일 개막이라 비교적 시즌 준비에 여유가 있었지만 2부리그는 3월 중순에 개막하기 때문에 갑자기 급해졌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3부리그에서는 쓸 수 없었던 외국인 선수를 갑자기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외국인 선수 3명 가운데 한 명은 브라질 출신으로 계약했다"며 "한국 선수 영입도 생각하고 있지만 '용병'다운 기량을 보여줄 선수가 있을지 찾아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15시즌에 곧바로 슈퍼리그 승격을 목표로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물론 목표는 승격"이라며 "하지만 3부리그에서 갑자기 승격한 팀이기 때문에 길게 내다보고 팀을 만들어 가겠다"고 답했다.

박 감독은 "조선족 선수들이 많아 우리 말로 의사소통이 된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조직력이 강한 팀으로 만들어 팬들이 보기에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시즌 중국 슈퍼리그와 2부리그를 통틀어 유일한 한국인 사령탑이 된 그는 "한국인 지도자에 대한 이미지도 있고, 옌볜에서 축구는 스포츠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하는 만큼 사명감으로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명관 수석코치를 선임해 한국인 코칭스태프 구성을 마친 옌볜FC는 이달 말 거제도에서 전지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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