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때 풀 뜯고 실신한 코트디 GK ‘한풀이’

입력 2015.02.09 (13:44)

수정 2015.02.09 (13:48)

코트디부아르 축구대표팀의 수문장 부바카르 배리(36·로케런)가 아프리카네이션스컵의 해결사로 나서며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맺힌 한을 씻어냈다.

베리는 9일(한국시간)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가나와의 아프리카네이션스컵 결승전에서 '잘 막고, 잘 차는' 해결사 노릇을 하며 조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배리는 이날 코트디부아르의 1, 2번 키커가 실축했으나 가나의 3, 4번 키커에게 골을 허용하지 않아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필드 플레이어들이 모두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골키퍼끼리 대결하는 열한 번째 공방에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배리는 가나 골키퍼 브리마 라작(과달라하라)의 오른쪽 슈팅을 몸을 날려 손으로 쳐냈다.

그는 다음 키커가 자신이지만 격정에 사로잡혀 실신한 듯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배리는 경기 지연에 대한 주심의 옐로카드와 함께 코트디부아르의 열한 번째 키커로 나섰다.

그가 때린 슈팅은 골문 오른쪽 위에 꽂혔고 아프리카 챔피언 타이틀은 그대로 코트디부아르에 돌아갔다.

배리는 주전 골키퍼 실뱅 지보우오(27·세외 스포르)가 다쳐 백업요원으로 경기에 나섰다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사실 배리는 작년 월드컵 본선 때까지만 해도 주전이었으나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예선 콩고와의 경기에서 3-4로 패배한 뒤 그 자리를 내줬다.

이날 코트디부아르의 우승이 확정되자 잉글랜드에서 활약하는 스타 공격수 윌프레드 보니(맨체스터시티)는 배리를 목마 태우고 스타디움을 한바퀴 돌았다.

배리는 경기 후 "2000년 이후 우리 코트디부아르가 쏟아부은 노력의 대가를 드디어 받았다"고 말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유럽 강호도 위협하는 아프리카의 최강자로 도약했으나 매번 월드컵에서 '죽음의 조'에 걸려 번번이 16강행이 좌절됐다.

배리는 그 설움을 맛본 황금세대의 핵심요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작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격정적이며 안타까운 장면을 연출했다.

기뻐서 그라운드의 풀을 입으로 뜯어냈다가 다시 슬퍼서 실신한 골키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코트디부아르는 그리스와의 C조 3차전에서 16강 출전권을 놓고 '단두대 매치'를 펼치는 처지에 몰렸다.

배리는 0-1로 뒤진 후반에 동점골이 터지자 잔디를 물어뜯어 카메라 앞에서 흔들며 괴성을 질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에 코트디부아르는 페널티킥을 내줬고, 배리는 상대 키커 요르고스 사마라스의 페널티킥을 막지 못했다.

결국 코트디부아르는 조별리그에서 또 탈락했다.

배리는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이어 3회 연속 고배를 들었다.

그는 그라운드에 엎드려 실신한 듯이 일어나지 못했고 사마라스가 다가가 직접 위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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