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골잡이지만 너무도 다른 축구 인생을 살아온 '라이언킹' 이동국(전북)과 '스나이퍼' 설기현(울산)이 소속팀의 K리그 우승을 놓고 자존심 대결에 나선다.
올해 K리그 정규리그 1위인 전북 현대는 30일(오후 6시10분 울산문수구장)과 12월4일(오후 1시30분·전주월드컵경기장) 울산 현대와 2011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이번 대결을 기다리는 축구팬들은 양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인 이동국과 설기현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축구계를 대표하는 공격수이면서 똑같이 1979년생인 이동국과 설기현의 인생 행보는 사뭇 달랐다.
이동국이 가시밭길을 걸었다면, 설기현은 비교적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19살의 나이로 네덜란드전에 출전해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동국은 2001년 브레멘(독일)과 2007년 1월 미들즈브러(잉글랜드)에 각각 입단해 두 차례나 해외진출에 성공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임대형식으로 진출한 브레멘에서는 6개월을 버티지 못했고, 미들즈브러에서도 두 시즌 동안 정규리그 '노골'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K리그에 복귀해야만 했다.
반면 설기현은 2000년 축구협회의 우수선수 해외진출 프로젝트를 통해 안트워프(벨기에) 입단에 성공한 뒤 안더레흐트(벨기에), 울버햄프턴·레딩·풀럼(이상 잉글랜드)을 거치며 해외에서 입지를 굳혔다.
이동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최종명단에서 탈락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무릎 인대를 다쳐 끝내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나마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섰지만 끝내 무득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설기현은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전에서 천금 같은 동점골을 넣었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프랑스를 상대로 박지성의 동점골로 이어지는 첫 크로스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이렇듯 월드컵과 해외무대에서 설기현이 꾸준한 활약을 펼친 반면 이동국은 K리그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1998년 포항 입단 첫해에 신인왕을 따낸 이동국은 2000년 아시안컵에서 6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고, 2009년 K리그 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차지하는 기쁨도 맛봤다.
설기현도 잉글랜드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이동국이 프로 데뷔 시절 뛰었던 포항의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 K리그에 복귀했다.
처음 K리그 무대에 나선 설기현은 시즌 초반에는 부상 탓에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후반기 16경기에 출전해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설기현은 포지션 갈등 때문에 올해 초 울산으로 전격 이적했고, K리그 데뷔 2년째에 챔피언결정전에 나서는 기회를 잡았다.
설기현은 6강 PO부터 준플레이오프까지 1골 2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설기현은 "서로 아주 잘 알고 있다"며 "(이)동국이가 워낙 절정의 골 감각을 발휘하고 있어서 멋진 대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전북에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면서 "(이)동국이가 팀에 있어서라기보다는 이겨보지 못한 팀을 챔피언결정전에서 꺾고 싶은 열망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