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충남 태안군 안면도 사설 해병캠프에서 발생한 고교생 5명 실종사고는 말 그대로 순식간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사고를 당한 실종자 가족들이 동료 학생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와 학교 관계자들의 이야기 등을 종합하면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를 향해 발을 옮기던 학생들이 한꺼번에 갑자기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들면서 현장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사고 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의 진술로 미뤄 이날 오후 5시30분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예정된 훈련을 모두 마친 학생들은 저녁 식사까지 시간이 조금 남게 되자 한 교관의 제안에 따라 바다로 '물놀이'를 하러 들어갔다.
훈련이 모두 끝난 상태인 탓에 학생들은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모두 벗은 상태로 한 줄에 10명씩 2열 종대로 바다로 들어갔다.
캠프 교관의 지시에 따라 점점 앞으로 나가던 학생들이 갑자기 갯벌의 깊은 웅덩이인 '갯골'로 빠지면서 허우적대기 시작했고, 뒷줄에 있던 학생들 역시 넘어지거나 우왕좌왕하면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현장에 있던 교관이 호루라기를 불며 학생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교관은 멀리에 있던 다른 교관 3명을 불러와 학생 10여명을 구조했지만 결국 5명이 실종됐다.
실종된 한 학생의 가족은 "아들의 키가 178㎝인데 동료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니 목이나 가슴까지 물이 찰 정도로 물이 깊었다"고 전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물살이 거센 가운데 학생들이 갯벌 중 물이 빠지면 생기는 깊은 웅덩이인 '갯골'에 빠져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사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또 다른 진술도 나오고 있다.
이상규(61) 공주사대부고 교장은 "구명조끼를 벗은 이유와 관련해 학생들의 증언이 엇갈린다"며 "일부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벗어 보트를 타려는 학생들에게 넘겨줬다는 설명을 하고 있고, 다른 학생들은 훈련이 끝난 탓에 모두 구명조끼를 벗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가 어찌 됐든 학생들이 최소한의 안전장비인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물에 들어갈 정도로 캠프의 훈련과정과 교육시스템이 허술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학생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캠프에 소속된 교관들이 제대로 조치를 취했는 지 여부도 의문이다.
실종된 한 학생의 가족은 "살아 나온 아이들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는 상태였는데 아이들을 구해야할 교관은 멀뚱멀뚱 쳐다보고 깃발을 흔들어 구조를 요청할 뿐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학생들과 교관만 있었을 뿐 인솔 교사들은 함께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측의 한 관계자는 "해병캠프에는 학생들의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훈련에 교사들이 동행하지 않는다"며 "당시 교사들은 숙소 내 교사 휴게실에 머물고 있었다"고 밝혔다.
공주사대부고는 지난해부터 해병캠프에 학생들을 보내 훈련에 참여시켰다.
지난해에는 태안군 만리포의 해병캠프에서 학생들을 훈련했으며 올해는 숙소와 시설 상태가 양호하다는 평에 따라 안면도 캠프를 훈련장으로 택했다.
캠프 교관들이 수상안전 자격증 등을 지녔는지 여부와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