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5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체험 캠프를 운영한 업체는 체험 학습 전문 업체가 아닌 소규모 여행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태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청소년수련시설과 수상레저사업자 등록증을 보유한 안면도 해양 유스호스텔은 지난해 말 경기도 분당에 있는 한 소규모 여행사와 해병대 체험 캠프 운영 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유스호스텔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숙소나 음식 제공을 담당하고, 여행사가 학생 등 단체 여행객을 모집해 해병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학생들에게 기초 체력 훈련이나 헬기 레펠, 래프팅 훈련을 담당한 교관도 여행사 직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교관 32명 가운데 인명구조사 자격증이나 수상레저 자격을 소지한 사람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명이었고, 일부는 아르바이트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해당 여행사가 해병대 체험 캠프 운영 경험이 있는 소규모 업체에 운영권을 재위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사설 해병대 체험 캠프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해병대 체험 캠프는 숙박 시설을 갖춘 유스호스텔이 캠프 운영 경험이 있는 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행사가 위탁을 받았으면 캠프 운영 경험이 있는 다른 업체에 재위탁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운영권 재위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재위탁이 만연하면서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전문 인력을 충분히 채용하지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진 캠프나라 사무국장은 "중소 건설회사가 작은 업체에 재도급하는 것처럼 위탁받은 캠프 운영권을 재위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용절감을 위해 전문인력을 줄여 캠프 운영이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해당 여행사 관계자를 불러 해병대 체험 캠프 운영 경위와 캠프 운영의 문제점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