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고 착했던 녀석들이 왜 어두운 바닷속에 이렇게 누워 있었어…"
충남 태안군 백사장 항포구 인근에서 사설 해병대 훈련 캠프에 참여했다가 실종됐던 고등학생 중 2명이 숨진 채 발견된 19일 자녀의 죽음을 확인한 부모는 싸늘한 시신을 어루만지며 울부짖었다.
한줄기 희망을 품고 뜬눈으로 밤샘 수색작업을 지켜봤던 실종 고교생 가족과 친지는 이날 오전 6시 5분께 이준형 군 시신에 이어 15분 뒤인 오전 6시 20분께 진우석 군의 시신이 각각 인양되자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두 시신은 간조로 바닷물이 빠져 드러난 해안가에서 불과 6∼7m 떨어진 바닷속에서 발견됐다.
하얀 천으로 덮인 시신이 수색대에 의해 뭍으로 들려나오자 현장은 금세 울음바다로 변했다.
이준형 군 유족은 "왜 어제 찾지 못하고 오늘에서야 찾았느냐"며 눈물을 쏟아냈다.
한 유족은 미리 대기 중이던 구급차에 시신이 옮겨지는 모습을 보며 다리에 힘이 풀린 나머지 제자리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했다.
진우석 군 유족도 시신을 부여잡고 소리치며 울었다.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비탄어린 외침에 이를 지켜보던 한 수색대원도 눈시울을 붉혔다.
실종학생 가족은 "공부도 잘하고 착했던 아들들이 왜 캄캄한 바닷속에 누워 있어야 했느냐"며 "3명은 어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라며 차마 말을 잊지 못했다.
또 다른 실종학생 가족은 "아들만 보고 살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이대로는 절대 못 간다. 꿈 많던 내 아들 찾아내라"고 절규했다.
이어 "구명조끼 없이 학생들을 바다에 내몬 조교가 살인행위를 한 것"이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캠프를 운영한 업체 대표와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은 학교 관계자 모두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캠프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침울한 모습이었다.
진우석 군과 학교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윤모(17) 군은 "(진군은) 굉장히 활발하고 대화도 많이 나눴던 친구였다"며 "숨졌다는 걸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학생들은 이날 아침 일찍 캠프 숙소를 빠져나와 학교로 향했다.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으로 두 청춘의 꿈을 앗아가고 세 청춘의 행방조차 알려주지 않은 푸른 서해는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야속한 파도만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