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년차에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인정받은 이재성(23·전북 현대)이 대표팀 데뷔골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체면을 살렸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41분 터진 이재성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신승을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 한국은 134위 뉴질랜드에 쾌승을 거둘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경기 양상은 딴판이었다. 뉴질랜드는 우월한 체격을 앞세워 한국을 압박했다. 골에 가까운 장면도 뉴질랜드가 더 많이 만들었다.
손흥민(레버쿠젠)의 발끝은 여전히 무뎠고 기성용(스완지시티도) 지친 기색이었다. 태극전사들은 이날 대표팀 은퇴식을 가진 차두리(FC서울)에게 승리를 선물해야 한다는 부담도 느끼는 것 같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중반을 지나자 8분 간격으로 K리거 2명을 투입했다.
'신데렐라' 이정협(상주 상무)과 대표팀 데뷔전이었던 지난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한 이재성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들은 후반 41분에 터져나온 결승골을 합작했다.
이정협이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넘어지며 한국영(카타르SC)에게 공을 건냈다. 한국영의 패스를 받은 김보경(위건 애슬레틱)이 날린 슈팅을 골키퍼가 쳐내자 골지역 왼쪽에서 도사리던 이재성이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재성은 '신인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전북에서 살아남은 선수다. 경기장 밖에서는 내성적인 모습이지만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위협한다.
지난 시즌 전북에 입단해 26경기에 나서 4골 3도움을 올리며 주목받았고 올시즌에는 아직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으나 이동국, 에두, 레오나르도 등 쟁쟁한 선수들이 마무리하는 전북의 공격을 설계하다시피 하고 있다.
합격점을 받은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스스로 골도 넣고 싶다"고 특유의 힘 없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던 이재성이다.
그런 그가 불과 A매치 2경기만에 득점포까지 가동하면서 슈틸리케호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벌써부터 그에게는 '제2의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재성은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포지션이 같은데다 체형까지 비슷해 그런 평가를 듣는 것 같다"면서도 "동료를 영리하게 이용하는 플레이만큼은 비슷하다고 본다"고 자신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