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올해 발굴한 ’흙속의 진주’ 박희수(28)가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두둑한 배짱투로 보는 이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했다.
팀이 1-0으로 앞선 6회부터 선발 송은범의 뒤를 이어 등판한 박희수는 8회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롯데는 7회말 수비 때 1사 1,3루 위기에서 정근우의 직선타를 잡은 3루수 황재균이 3루를 찍어 병살을 완성하면서 추가 실점의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다.
이어 8회 공격에서 선두 전준우가 좌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4회부터 7회까지 무안타로 묶였다가 전준우가 돌파구를 뚫으면서 4번 이대호와 5번 홍성흔 앞에 주자가 생긴 것이다.
롯데로서는 사실상 이날 마지막 찬스에서 동점은 물론 역전을 노렸다.
이번 시리즈에서 유독 부진한 이대호가 3회 좌전 안타를 때려 짜릿한 손맛을 봤기에 득점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었다.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오른손 거포 이대호였음에도 불구, ’천적’ 정대현을 올리지 않고 왼손 투수 박희수를 그대로 마운드에 뒀다.
박희수는 볼 카운트 1-3까지 몰렸으나 과감하게 이대호의 몸쪽으로 빠른 볼을 집어넣는 담력 있는 투구를 펼쳤고 마침내 풀카운트에서 몸쪽에 떨어지는 시속 135㎞짜리 체인지업으로 이대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대호가 멍하게 서서 삼진을 당했을 정도로 박희수의 체인지업은 절묘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떨어졌다.
박희수는 홍성흔과의 대결에서도 역시 풀 카운트에 몰렸지만 똑같이 체인지업을 승부구로 택했고 홍성흔은 몸쪽을 낮게 파고드는 이 공을 크게 휘둘렀지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동시에 2루를 훔치던 전준우도 포수 정상호의 좋은 송구에 잡히면서 롯데는 허망하게 기회를 날렸다.
롯데 득점의 절반 가까이를 해결하는 이대호-홍성흔이 삼진으로 침묵하면서 이날 경기는 사실상 끝났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1승도 못 올렸던 박희수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39경기에 등판, 4승2패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88을 남기며 SK 불펜의 한 축을 담당했다.
지난 몇 년간 SK 왼손 계투진을 이끌었던 이승호(등번호 20)와 전병두가 올해 부진한 틈을 타 불펜의 새로운 좌완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박희수는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에 등판해 3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KIA 타선을 24이닝 동안 무득점으로 봉쇄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위기에서 박희수가 롯데 타선을 봉쇄하자 ’위기 뒤 찬스’라는 야구계 속설은 또 한 번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SK는 공수교대 후 8회말 안타와 볼넷, 몸 맞는 볼로 만든 2사 만루에서 김강민의 2타점 좌전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