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만한 '백업 요원' 양성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 진출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의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4~5차전 원정길에 나선 축구대표팀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전과 15일 레바논전을 앞두고 '중원의 핵심'인 기성용(셀틱)의 합류 여부를 놓고 한동안 고민에 휩싸였다.
기성용은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지난 2일부터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호소했고, 6일 조용히 귀국해 국내 한 종합병원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치료를 받는 상태다.
이 때문에 조광래 감독은 기성용의 대표팀 합류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다가 중동 원정 2연전에 쓰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10여일 이상 운동을 쉰 기성용의 컨디션 저하를 고려하면 이번 중동 원정에 소집했어도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어 선수 보호를 우선하는 차원에서 내려진 조치였다.
기성용을 부르지 않기로 했지만 당장 마땅한 백업 요원이 없는 상태에서 조광래 감독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UAE의 매서워진 중앙 돌파를 막으려면 중원에서 수비력이 뒷받침되고 패스 능력까지 좋은 선수가 필요하지만 이에 걸맞은 대체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조 감독은 고심 끝에 중앙 수비수인 홍정호(제주)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리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해 박태하 수석코치는 "포지션별로 적당한 백업 요원들이 있다면 굳이 포지션을 바꿔가며 경기에 내보낼 필요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K리그 신인왕 경쟁에 나선 이승기(광주)는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발굴한 괜찮은 백업 멤버로 손꼽힌다.
이승기는 올해 K리그에 데뷔해 무려 8골 2도움을 터트리며 광주의 공격을 이끌었다.
박태하 수석코치는 "처음 대표팀에 합류하면 대부분 자기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어색해하는 선수가 많다"며 "이승기는 처음부터 주눅들지 않고 훈련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훈련장에서 꾸준히 백업 요원으로 구슬땀을 흘러온 이승기는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요원으로 인정을 받았다.
특히 이승기는 코칭스태프로부터 3명의 교체인원 가운데 두 번째 교체 카드로 손꼽힐 만큼 눈도장도 확실히 받았다.
더불어 정강이뼈 골절로 전력에서 빠진 이청용(볼턴)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를 대신하는 서정진(전북)과 손흥민(함부르크)은 일찌감치 대표팀의 최고의 백업 요원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서정진은 폴란드 평가전에 이어 UAE와의 3차 예선 3차전을 통해 박주영(아스널)의 3골을 모두 돕는 '특급 활약'을 보여주며 백업 요원을 넘어 새로운 득점 루트로 떠올랐다.
박태하 수석코치는 "기성용은 지금이 쉬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빨리 결정을 내려 다행"이라며 "이승기와 서정진을 비롯한 백업 요원들이 끊임없이 주전을 능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