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클럽 대항전도 日과 대등

입력 2011.11.30 (00:09)

수정 2011.11.3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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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가 아시아 프로야구 최강전인 2011 아시아시리즈에서 소프트뱅크 호크스(일본)를 제물로 한국팀으로는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 야구가 대표팀 뿐 아니라 클럽 대항전에서도 일본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 야구는 2005년부터 4년간 열렸던 이 대회에서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을 두 번 차지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3년 만에 부활한 올해 아시아시리즈에서 삼성이 소프트뱅크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고 축배를 들면서 지긋지긋한 ’일본 징크스’도 막을 내렸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진갑용·신명철·박한이 등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 3명이 부상으로 빠져 1.5군급 타자가 나선 삼성에 안타 수에서 10-8로 앞섰으나 응집력에서 밀렸다.



삼성의 선발투수 장원삼은 물론 이후 삼성이 자랑하는 막강 방패에 타선이 묶이면서 3-5로 패해 소프트뱅크는 생각지도 못한 굴욕을 맛봤다.



한국 야구는 대표팀끼리 맞붙는 국가 대항전에서는 여러 차례 일본을 물리치고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대표팀은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을 두 번이나 제압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4강 신화를 이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예선과 준결승에서 ’뛰는 야구’와 이승엽의 극적인 홈런을 앞세워 일본을 연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9년 제2회 WBC 결승에서는 비록 연장 접전 끝에 일본에 3-5로 패해 우승컵을 내줬으나 일본과 4차례 격돌해 2승씩을 주고받는 명승부를 연출하고 한국 야구의 강렬한 인상을 지구촌 야구팬들의 뇌리에 심었다.



일본과 격돌하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국민 정서가 국가 대항전에서 대표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나 클럽 대항전인 아시아시리즈에서만큼은 그다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자국 국기를 가슴에 달고 뛰는 대표 선수와 달리 프로 단일팀 선수들은 아시아시리즈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의무감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12개 팀을 축으로 양대리그를 운용하는 일본프로야구에 프로팀끼리의 대결에서는 아직은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이 선수들 사이에 깊게 자리 잡으면서 아시아시리즈에서의 한·일전 승부는 긴장감이 떨어졌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과 WBC를 통해 한국 야구의 위상이 달라지고 프로야구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관중 6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양적인 팽창이 이어지면서 아시아시리즈에서 삼성의 우승을 바라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아시아시리즈는 클럽 대항전이었지만 국가 대항전 성격으로 바뀌었다"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송삼봉 삼성 단장도 "풀리그에서 소프트뱅크에 0-9로 패했을 때 국내의 적지 않은 비판 여론을 접하고 역시 경기는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며 적당히 경기하고 귀국하겠다는 자세는 일찌감치 버렸다.



정신 자세를 새로 무장한 삼성은 결승에서 일본 최강 소프트뱅크를 물리치고 보기 좋게 빚을 갚았다.



1군 출장 경험이 적은 정형식이 역전 결승타를 때려내며 승리에 앞장섰고 나머지 타자들도 정교한 스윙으로 일본 최강이라는 소프트뱅크 마운드를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삼성과 소프트뱅크 모두 주축 선발 투수가 부상 등을 이유로 이번 대회에 결장했으나 나머지 주전급과 1.5군급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서 한국 야구는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을 수확했다.



한국의 프로팀이 일본과 자웅을 겨룰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양국 프로팀 간의 교류전도 늘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과 일본의 프로팀들은 해마다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연습경기를 겸한 친선전을 벌인다.



일본 야구계에서는 양국 팬들의 관심이 높아진 이상 한·일 프로팀이 격돌하는 ’오키나와 리그’를 창설, TV로 중계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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