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이 부족하다는 비판 속에 새로 구성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여전히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을 포함해 8명으로 새롭게 출범한 기술위는 13일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예선에 출전할 성인 대표팀의 새 사령탑을 선임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안건이었다.
축구협회는 기술위를 통해 지도력이나 경기력을 충분히 분석하지 않고 조광래 감독을 경질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이는 축구협회 수뇌부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독단적 행정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으로까지 비화했다.
그러나 새 감독을 선임하는 절차가 본격 시작됐음에도 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축구협회 정관은 기술위가 새 감독을 이사회에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자신이 먼저 후보와 접촉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다음 기술위에서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기술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설정한 기준으로 자격이 되는 분들을 상대로 작업을 하고 다음 기술위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기술위의 의견을 수렴해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장이 재량으로 새 감독 선임 절차를 밟아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 수뇌부가 사실상 선임 과정을 좌우하고 기술위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형식적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더욱이 축구협회 기술국장이 독립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기술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우려를 부풀리고 있다.
기술국장은 축구협회에서 임금을 받고 회장, 부회장, 전무가 직장 상사인 간부급 직원이다.
이번 기술위원회가 수뇌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활발한 논의로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황보 기술위원장은 새 감독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얻는 정보를 기술위원들과 공유하겠다며 정관에 명기된 것처럼 기술위원들이 감독 추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국장이 기술위원장을 겸직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외국 사례를 봐도 알겠지만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위원회와 기술국이 함께 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