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전례 따를 수밖에 없다"..연봉 묶고 옵션 붙일 듯
대한축구협회가 축구대표팀을 이끌 새 사령탑의 연봉을 100만 달러(약 11억원) 수준으로 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의 고위 관계자는 18일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중심이 돼 찾고 있는 새 감독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 당사자와 급여 수준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조율을 하더라도 전례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팀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100만 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선 최고 대우였다.
히딩크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70만 달러를 받았고,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과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각각 65만 달러와 100만 달러가량의 연봉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축구협회는 새 감독의 연봉 상한으로 100만 달러 정도를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대표팀을 이끌 새 사령탑 후보로 외국인 감독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현재 또는 최근까지 축구협회의 기준을 크게 웃도는 연봉을 받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축구협회는 국가 대표팀을 맡은 경험이 있고, 한국 선수들과 한국의 정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지도자를 차기 사령탑의 자격 요건으로 정했다.
이런 조건에 가장 들어맞는 인물로는 히딩크 감독이 1순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최근 터키 대표팀을 그만둘 때까지 그가 받은 연봉 수준은 60억원 대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 FC 서울을 맡았던 터키의 셰놀 귀네슈 감독도 후보군에 들어 있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터키 대표팀을 이끈 그는 현재 터키 프로축구팀 트라브존스포르를 지휘하면서 20억원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귀네슈 감독을 영입하고 싶어도 연봉 수준을 조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후보 물망에 올라 있지만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당시 41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적은 연봉을 감수하면서 한국으로 올지 불투명하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을 이끌다가 4강 진출에 실패하는 바람에 경질된 카를루스 둥가 감독과 잉글랜드 대표팀을 맡았던 스벤 요란 에릭손 감독도 태극 전사들을 지휘할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둥가 감독의 이전 연봉은 125만 달러로 알려졌다.
에릭손 감독은 잉글랜드 사령탑(2001~2006년) 시절 몸값이 500만 파운드(약 900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연봉이 100만 파운드(약 18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는 성적부진으로 지난 10월 잉글랜드 프로축구 레스터시티(2부리그)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페르세폴리스(이란), 안지(러시아) 등과 접촉했지만 콜을 받지 못했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대표팀 감독과 연봉 외에 옵션을 넣는 계약을 해 왔다.
옵션은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 20만 달러, 8강은 50만 달러, 4강은 85만 달러, 준우승은 50만 달러, 우승은 300만 달러를 보너스로 주는 것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이 같은 옵션 계약에 따라 연봉 외에 85만 달러를 더 가져갔다.
축구협회가 이번에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게 되면 연봉은 이전 수준으로 묶으면서 옵션을 붙여 보너스를 높이는 방법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