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 2패로 팽팽하게 맞선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5차전 승부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시리즈(7전 4승제) 역사상 2승 2패로 맞선 것은 모두 9차례. 이 중 5차전 승리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7차례다. 확률로는 77.8%에 이른다.
3승 선착이 주는 심리적 효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총력전을 펼치는 단기전에서 5차전 승패의 여파가 시리즈에 미치는 여파는 지대하다.
패배한 선수들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부담감에 쫓겨야 한다. 그래서 5차전 승리는 한 계단 앞서간다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두 팀의 남은 전력을 비교하면 5차전 승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우선 삼성에는 5차전 선발인 릭 밴덴헐크에 이어 6차전 윤성환, 7차전에는 장원삼이 남아 있다. 6차전 선발이 예상되는 윤성환은 삼성 투수진 가운데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구위가 좋았다.
삼성이 5차전에서 승리한다면 6차전에서 윤성환을 내세워 승부를 끝내고 우승을 노려볼만하다. 반면 4, 5차전에서 앤디 밴헤켄, 헨리 소사의 '원투펀치'를 써버린 넥센은 6차전에서 내걸 수 있는 선발 카드가 오재영뿐이다.
선발의 무게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절묘한 제구력을 선보인 윤성환 쪽으로 기운다.
오재영도 물론 플레이오프 3차전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연이어 호투를 펼치긴 했으나 정규시즌에서 5승 6패에 머문 그가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려야 하는 포스트 시즌 무대에서 3경기 연속 호투를 이어간다고 장담할 수 는 없다.
아울러 목동구장보다 넓은 잠실구장에서 남은 경기가 치러진다는 점도 삼성에는 유리하다. 넥센의 주무기인 홈런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기 때문이다.
물론 6차전에서 선발의 의미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넥센은 필승조를 총동원하는 배수진으로 나설 공산이 크지만,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넥센 불펜진이 체력적인 부담을 극복하고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넥센이 5차전에서 승리할 경우 쫓기는 쪽은 삼성이다. 삼성은 6차전에서 승리해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린다고 해도 우승과 준우승을 가르는 7차전에서 다시 넥센의 에이스인 앤디 밴헤켄을 상대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4차전에서 6회까지 퍼펙트를 기록하다 7회에 한 점을 내준 밴헤켄은 또 사흘 휴식 뒤 등판해야 하지만 4차전 투구 수가 80개밖에 되지 않아 체력 소모는 적은 편이다.
류중일 감독은 4차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5차전 선발을 예고하며 밴덴헐크의 이름을 말한다는 것이 그만 밴헤켄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그러고는 "제 머릿속에 밴헤켄의 이름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그랬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밴헤켄 공략에 실패했다. 5차전을 내줄 경우 삼성 타자들은 6차전 승부를 머릿속에 그리기에 앞서 밴헤켄을 또 한 번 상대해야 한다는 공포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우리 선수들이 잠실에서는 야구를 참 잘한다"면서 "2번 더 이기면 한국시리즈 승자가 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2승 2패가 되면서 양팀 모두 같은 상황에서 잠실 경기를 치르게 됐다"며 "이젠 7전 4승제가 아닌 3전 2승제가 됐다. 가장 중요한 경기는 5차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