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의 아쉬운 실책 하나에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희비가 갈렸다.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넥센이 1-0으로 앞선 상황이었다.
이미 9회말 선두타자 김상수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상황이어서 넥센은 2명의 타자만 더 잡으면 5차전 승리를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하는 유격수 강정호가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실책을 저지르면서 경기가 뒤집혔다.
강정호는 야마이코 나바로가 자신 쪽으로 보낸 평범한 타구를 잡았다가 놓쳐 자신의 두 다리 사이로 흘려보내고 말았다. 그 사이 나바로는 1루에 안착했다.
다음타자 박한이는 손승락에게 삼진아웃 당했지만, 이어 등장한 채태인이 우전 안타를 치면서 삼성은 2사 1, 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최형우의 우전 2루타로 두 주자가 모두 홈을 밟으면서 삼성이 역전승을 거뒀다.
강정호의 실책이 역전의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다.
강정호는 삼성이 극적인 승리에 환호하는 동안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에 주저앉아 아쉬움을 곱씹었다.
앞서 넥센이 1-0 리드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유한준의 호수비 덕이 컸다.
삼성 선발 릭 밴덴헐크와 넥센 선발 헨리 소사가 5회말까지 0-0의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간 가운데 소사는 밴덴헐크보다 많은 주자를 베이스에 내보내며 위기를 맞았다.
우익수 유한준은 호수비로 실점 가능성이 컸던 순간을 잠재웠다. 2회말 2사 1, 2루에서는 나바로의 잘 맞은 타구를, 3회말 1사 1루에서는 최형우가 멀리 친 공을 모두 몸을 던져 잡아냈다.
최형우는 경기 후 "유한준이 잡을 수 없는 공을 잡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유한준도 마지막에는 최형우이 우익선상으로 보낸 끝내기 2루타를 처리하면서 공을 더듬는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