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5차전의 주인공은 홈런왕도, 타격왕도, 타점왕도 아닌 최형우(31)였다.
최형우는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넥센 히어로즈와의 5차전에서 경기를 일거에 끝내는 9회말 역전 끝내기 2타점 2루타로 삼성 라이온즈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이날 경기에서는 삼성 릭 밴덴헐크와 넥센 헨리 소사 두 선발 투수의 위력적인 호투 앞에 양팀 타자들은 누구 하나 고개를 들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4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최형우는 1회 우전 안타를 쳤고 3회 우익수 뜬공, 6회 삼진으로 물러난 뒤 8회 볼넷을 얻어내며 나름대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4번 타자의 활약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영웅은 난세에 탄생한다고 했다.
숨을 고르던 최형우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 것은 삼성이 0-1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어지던 9회말 2사 1, 3루였다.
선두타자 김상수의 내야 땅볼 이후 야마이코 나바로가 넥센 유격수 강정호의 실책으로 행운의 출루를 얻었고, 박한이의 삼진에 이어 채태인이 우전 안타를 쳐 최형우에게까지 타순이 돌아왔다.
넥센의 마무리 손승락과 대결한 최형우는 1구 몸쪽 낮은 직구 스트라이크, 2구 바깥쪽 직구 볼을 기록하고 3구 몸쪽 낮은 직구에 1루 선상을 살짝 넘어가는 파울을 쳤다.
4구는 다시 바깥쪽 직구가 존을 벗어나 최형우와 손승락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로 맞섰다.
아웃이면 경기 끝이고, 안타면 최소 동점으로 승부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
투수든 타자든 숨을 곳도 도망갈 곳도 없는 마지막 순간에 손승락은 5구째에 다시 몸쪽을 파고드는 직구를 던졌고, 최형우는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다.
총알같이 1루 선상으로 날아간 타구는 넥센 1루수 박병호와 베이스 사이의 얇디얇은 틈을 총알같이 빠져나가 우익 선상을 타고 그대로 흘렀다.
3루에 있던 나바로가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1루에 대주자로 나가 있던 김헌곤이 필사의 질주를 하며 2루와 3루를 돌아 홈으로 돌진했다.
넥센 우익수 유한준의 중계 플레이가 이어졌고, 홈에서 벌어진 주자와 포수 간 대결에서는 김헌곤의 손이 한 뼘 빨랐다.
2타점 우익수 오른쪽 2루타. 경기를 끝내는 한방이었다.
최형우는 2루 베이스에 도달해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오는 동료들과 껴안으며 승리의 격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격언처럼 최형우가 마지막 순간 짜릿한 한 방으로 극적인 역전드라마를 연출한 것이다.
최형우는 경기 후 "제게 기회가 오리라고 생각했고 자신도 있었다"며 "아웃이든 안타든 제가 끝내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마침 제가 머릿속에 그려놓은 볼 배합으로 왔다"고 돌아봤다.
그는 "지금 다들 (타격이) 안 좋으니까 다같이 분위기를 끌어올려서 잘해야 한다"면서 "오늘 이겼으니 내일은 끝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시리즈의 '6차전 종료'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