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 손승락(32)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세이브 1위(32개)에 올랐지만, 평균자책점은 2.30에서 4.33까지 치솟아 '예전같지 않게 불안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들어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수호신'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그는 LG와의 플레이오프 3경기에 등판해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1∼4차전 가운데 두 차례 등판해 3⅓이닝 1실점을 찍었다.
하나뿐인 실점도 이승엽의 '행운의 안타'에 의한 것이었다. 손승락도 "플레이오프부터 정타로 맞은 것은 거의 없다"고 자평했다.
정규리그 때와 포스트시즌 사이에 이뤄진 손승락의 변화는, 사실 올 시즌 내내 준비해 온 것이었다.
10일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둔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손승락은 "시즌 내내 월요일이면 몰래 개인 훈련을 하며 200∼300구씩 던졌다"고 털어놓았다.
코치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거듭한 훈련을 통해 손승락은 자신의 투구 자세를 바꿨다고 했다.
손승락의 전매특허는 마치 온몸을 던지듯이 공을 놓자마자 펄쩍 뛰어오르는 특유의 역동적인 자세다.
그러나 손승락은 지난해 46세이브로 구원왕을 차지하고도 "이런 자세로 오래 던질 수 있을까, 2∼3년 안에 힘이 떨어지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손승락은 "투구폼에 만족하지 못했다"면서 "그냥 공을 찍을 뿐, 볼 끝이 살아오른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정규리그와 시즌 초반을 거치면서 계속 느낌이 좋지 못하자, 손승락은 여러 책을 보고 연구를 하며 투구 폼을 바꾸기로 결단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는 "시즌 중에 투구 자세를 바꾸려 했으니, 투구가 불안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면서 "팀에 피해를 끼쳤다고도 볼 수 있다"고 자신의 결정이 도박이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도전에 성공해야만 팀에 진짜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연습을 계속했고,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자체 청백전을 치르며 마침내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손승락은 "어떤 계시인지 모르겠는데, 포스트시즌에서 잘 던져서 팀을 우승시키라는 뜻인지 가을 야구 직전 휴식기에 '딱'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투구 메커니즘은 비밀이지만, 지금은 평생 던지고 싶었던 공을 던지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손승락은 새롭게 갈고 닦은 투구폼으로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고 올 시즌 부진한 빚을 갚겠다고 했다.
그는 "그 자세를 만들려다 하다 보니 한 시즌 동안 6개의 블론세이브를 한 것 같아 팀에 미안하다"면서 "그것을 만회할 기회가 왔으니 2회부터 9회까지, 아니 연장전까지 던지라고 해도 던질 준비가 돼 있다"고 눈을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