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때는 숨겨놓았던 잠재력을 한국시리즈에서 발산하며 초겨울에 펼쳐지는 가을야구를 뜨겁게 달구는 선수들이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때의 기록을 넘어서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로는 삼성 라이온즈의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와 포수 진갑용, 넥센 히어로즈의 우익수 유한준과 포수 박동원 등을 꼽을 수 있다.
넥센의 대표적인 타자인 서건창, 박병호, 강정호 등의 방망이가 주춤하고, 삼성에서도 박석민, 김상수 등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의외의 성과'를 내는 이들이 있어 한국시리즈가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나바로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넥센 선발투수 앤디 밴헤켄을 상대로 쏘아 올린 2점 홈런으로 올해 한국시리즈 첫 홈런을 장식하며 심상치 않은 타격감을 예고했다.
나바로는 정규시즌에도 31개의 홈런을 치고 118득점 98타점 타율 0.308로 영양가 높은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는 집중력이 더 강해졌다. 나바로는 지금까지 치른 4경기에서 15타수 5안타로 타율 0.333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홈런이 3개다. 삼성이 4차전까지 올린 점수인 15점 가운데 나바로의 몫이 6득점, 5타점에 달한다.
넥센에서는 유한준이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유한준이 기록 중인 한국시리즈 타율은 0.462로 넥센 타자 중 가장 높다. 점수는 2득점 5타점을 뽑았다.
그는 지난 8일 4차전에서 3점, 1점짜리 홈런 2방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LG 트윈스와 치른 플레이오프 때까지 합하면 유한준이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친 홈런은 지금까지 총 4개다.
유한준은 정규시즌에서 타율 0.316에 20홈런, 71득점 91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빼어난 기록이지만 안타 신기록을 세운 서건창, 홈런왕 박병호 등 팀 동료의 빛에 가려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유한준은 타율 0.133에 머문 서건창, 홈런 1개씩을 친 박병호(타율 0.231), 강정호(타율 0.071)의 부진 속에서도 넥센이 삼성에 2승2패로 맞서도록 하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삼성과 넥센의 포수들도 가을의 힘을 발산하고 있다.
마흔의 나이에 포수 마스크를 쓴 진갑용은 한국시리즈 최고령 출전, 최고령 안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올 시즌 진갑용은 지난 4월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고 5개월간의 재활을 거치며 11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는 베테랑 다운 볼 배합 실력과 함께 타격감까지 뽐내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6타수 2안타로 0.333의 타율로 녹슬지 않은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3차전에서 주전 포수로 출전한 진갑용은 베테랑답게 장원삼-안지만-임창용을 투구를 이끌며 '투수전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임창용은 최고령 포스트시즌 세이브(38세 5개월 3일)도 달성했다.
진갑용보다 16살 어린 넥센의 포수 박동원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정규시즌에서 0.253을 기록한 타율은 한국시리즈에서 0.273으로 뛰어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는 0.364를 기록했다. 그가 넥센의 가을야구에서 유독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동원도 배터리를 이룬 투수들과 신기록 제조에 동참했다. 밴헤켄은 1차전 3회말 나바로에게 홈런을 맞은 이후 4차전 7회초 나바로에게 다시 홈런을 맞을때까지 30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해 한국시리즈 신기록을 새로 썼다.
포스트시즌에서 호투 행진을 벌이는 투수 오재영도 박동원에게 공을 돌리고 있다. 오재영은 "사인은 동원이에게 다 맡겼다"며 "동원이가 나이는 어리지만 많이 공부하는 선수"라며 박동원이 훌륭하게 주전 포수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