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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인성 작가 “소설은 작가가 자신에게, 또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입력 2022.01.16 (21:30) 수정 2022.01.16 (21:32) 영상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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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 소설가

Q. 1970년대 대학을 다닌 20대의 이야기인데?

이 젊은이는 신분상으로 보면 일종의 운동권 학생, 연극을 하는 운동권 학생이었는데 군대를 다녀오고, 또 아버지가 죽고 등등 자기로서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겪으면서 이때까지의 내 삶이 총체적으로 무엇이었나? 삶의 의미가 도대체 뭘까? 하는 회의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고, 그 출발점이 끝없는 방황으로 이어지는 그런 여정이죠. 처음은 서울에서, 그러니까 군대에서 돌아오는 길과 서울에서, 또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또 연극 무대 위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미구'(미로의 입구)라는 도시, 강릉을 배경으로 했습니다만 그 공간 속에서 실제적인, 자기가 마주 보고 있는 이 삶의 모습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자기 나름대로 모색하고 하는 그런 작품인 셈입니다.

Q. 소설에서 여러 개의 사건이 겹쳐 서술되고, 시간의 흐름도 뒤섞여 있는데?

저는 그 모든 게 다 동시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써나갔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냥 일상에서 제가 생각해봐도 제가 과거를 살았고 지금 현재로 왔고 미래로 가고 있고 이런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다 뒤죽박죽 엉겨 붙어서 함께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받아쓰듯이 썼던 것 같아요.

실제로 시각적인 것도 그런데요. 내가 뭘 보고 있는데 지금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봤던 것이 겹쳐지기도 하고 내가 꿈꾸는 것이 겹쳐지기도 하고, 그렇게 여러 개의 겹을 대고 동시에 나타나는 것 같거든요. 그걸 어떻게 글 속에 녹여낼 수 있을까?

Q. 읽기 어려운, 난해한 소설이라는 평가에 대해?

난해하다는 거는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그것을 읽는 사람의 앎의 체계를 벗어나 있다는 뜻이고, 그러니까 독자의 앎의 체계라는 것이 그렇다면 무엇이냐?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설에 대한 관념일 수도 있고, 삶에 대한 관념일 수도 있고, 그런데 과연 그게 우리에게 진실인가? 이런 회의가 들은 거죠.

그러니까 이 작품 속의 젊은이가 마주치는 부분도 이제 그런 것들하고 관계가 있고요. 그 회의들이 끝없이 이 세상에 대해서 질문하게 하고, 뒤집어보게 하고, 그러니까 주어진 체계 밖을 자꾸 곁눈질하게 되고, 그러니까 이제 난해진다는 건데, 가령 독자의 경우도 그런 것들을 선입관 없이 열린 자세로 그냥 따라가 본다면, 등장인물의 의식이나 묘사나 이런 것들을 따라가 본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어떤 반성의 단서, 또는 회의의 단서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봅니다.

Q. 주인공이 아버지와 갈등하는 장면은, 소설가의 아버지 이기백 교수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것도 조금 전에 말한 총체적인 회의라고 할까? 그거하고 관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 할아버지(밝맑 이찬갑)는 아주 지독한 크리스천이셨고 무교회주의자이셨고, 저희 아버지(역사학자 이기백)는 또 지독한 학자셨습니다. 그러니까 오로지 학문만 생각하고 학문적인 진실이 무엇인가? 이런 걸로 한평생을 사셨던 분인데, 손자나 아들의 입장에서 이 화자는, 주인공은 도대체 진리가 뭐냐, 그러니까 종교적인 진리 또는 학문적인 진리 이런 것들이 근본적으로 이제 회의에 대상이 되기 시작한 거죠. 거기서부터 그럼 나는 뭘 어떻게 해야 되냐?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사실 제가 학자가 되기를 바라셨거든요. 당신도 학자셨지만. 그리고 학문적인 어떤 진리를 펼치는 것, 그게 인생의 최고의 가치다. 그렇게 생각을 하셨으니까. 그 압박을 심리적으로 받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런데 그걸 벗어나는 게 나는 뭐 사실의 세계라고 할까? 그런 역사의 세계라고 할까? 그런 것을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그러면 내가 갈 길이 뭐냐? 그건 상상의 길, 허구의 길 그것밖에 없겠다. 그런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생 때부터. 그때부터 문학책 많이 읽고 혼자서 글 쓰고, 그런데 빠지기 시작했었죠.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돌이킬 필요가 없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제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나는 그 모든 일을 받아내겠다.
- <낯선 시간 속으로> 중에서

Q. 작가가 뽑은 한 문장?

모든 것이 매 순간 혼란이고 혼돈인데, 그것을 밀고 나가 보겠다는 생각, 그냥 의미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 혼돈을 그대로 밀고 나가보겠다. 그런 생각이 그때 더 강했던 것 같아요.

Q. 모든 것의 의미를 회의하는 작가에게 소설과 문학의 의미는?

끊임없이 질문할 수밖에 없고,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소설 그게 그나마 의미있는 소설이 아닐까? 역설적인 표현이긴 한데... 작가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독자가 그 작품을 매개로 해서 독자가 독자 자신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으로, 절실한 질문이 된다면 그게 문학적인 가치를 가지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편집 이의선
  • [인터뷰] 이인성 작가 “소설은 작가가 자신에게, 또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 입력 2022-01-16 21:30:43
    • 수정2022-01-16 21: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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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 소설가

Q. 1970년대 대학을 다닌 20대의 이야기인데?

이 젊은이는 신분상으로 보면 일종의 운동권 학생, 연극을 하는 운동권 학생이었는데 군대를 다녀오고, 또 아버지가 죽고 등등 자기로서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겪으면서 이때까지의 내 삶이 총체적으로 무엇이었나? 삶의 의미가 도대체 뭘까? 하는 회의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고, 그 출발점이 끝없는 방황으로 이어지는 그런 여정이죠. 처음은 서울에서, 그러니까 군대에서 돌아오는 길과 서울에서, 또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또 연극 무대 위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미구'(미로의 입구)라는 도시, 강릉을 배경으로 했습니다만 그 공간 속에서 실제적인, 자기가 마주 보고 있는 이 삶의 모습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자기 나름대로 모색하고 하는 그런 작품인 셈입니다.

Q. 소설에서 여러 개의 사건이 겹쳐 서술되고, 시간의 흐름도 뒤섞여 있는데?

저는 그 모든 게 다 동시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써나갔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냥 일상에서 제가 생각해봐도 제가 과거를 살았고 지금 현재로 왔고 미래로 가고 있고 이런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다 뒤죽박죽 엉겨 붙어서 함께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받아쓰듯이 썼던 것 같아요.

실제로 시각적인 것도 그런데요. 내가 뭘 보고 있는데 지금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봤던 것이 겹쳐지기도 하고 내가 꿈꾸는 것이 겹쳐지기도 하고, 그렇게 여러 개의 겹을 대고 동시에 나타나는 것 같거든요. 그걸 어떻게 글 속에 녹여낼 수 있을까?

Q. 읽기 어려운, 난해한 소설이라는 평가에 대해?

난해하다는 거는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그것을 읽는 사람의 앎의 체계를 벗어나 있다는 뜻이고, 그러니까 독자의 앎의 체계라는 것이 그렇다면 무엇이냐?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설에 대한 관념일 수도 있고, 삶에 대한 관념일 수도 있고, 그런데 과연 그게 우리에게 진실인가? 이런 회의가 들은 거죠.

그러니까 이 작품 속의 젊은이가 마주치는 부분도 이제 그런 것들하고 관계가 있고요. 그 회의들이 끝없이 이 세상에 대해서 질문하게 하고, 뒤집어보게 하고, 그러니까 주어진 체계 밖을 자꾸 곁눈질하게 되고, 그러니까 이제 난해진다는 건데, 가령 독자의 경우도 그런 것들을 선입관 없이 열린 자세로 그냥 따라가 본다면, 등장인물의 의식이나 묘사나 이런 것들을 따라가 본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어떤 반성의 단서, 또는 회의의 단서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봅니다.

Q. 주인공이 아버지와 갈등하는 장면은, 소설가의 아버지 이기백 교수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것도 조금 전에 말한 총체적인 회의라고 할까? 그거하고 관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 할아버지(밝맑 이찬갑)는 아주 지독한 크리스천이셨고 무교회주의자이셨고, 저희 아버지(역사학자 이기백)는 또 지독한 학자셨습니다. 그러니까 오로지 학문만 생각하고 학문적인 진실이 무엇인가? 이런 걸로 한평생을 사셨던 분인데, 손자나 아들의 입장에서 이 화자는, 주인공은 도대체 진리가 뭐냐, 그러니까 종교적인 진리 또는 학문적인 진리 이런 것들이 근본적으로 이제 회의에 대상이 되기 시작한 거죠. 거기서부터 그럼 나는 뭘 어떻게 해야 되냐?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사실 제가 학자가 되기를 바라셨거든요. 당신도 학자셨지만. 그리고 학문적인 어떤 진리를 펼치는 것, 그게 인생의 최고의 가치다. 그렇게 생각을 하셨으니까. 그 압박을 심리적으로 받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런데 그걸 벗어나는 게 나는 뭐 사실의 세계라고 할까? 그런 역사의 세계라고 할까? 그런 것을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그러면 내가 갈 길이 뭐냐? 그건 상상의 길, 허구의 길 그것밖에 없겠다. 그런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생 때부터. 그때부터 문학책 많이 읽고 혼자서 글 쓰고, 그런데 빠지기 시작했었죠.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돌이킬 필요가 없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제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나는 그 모든 일을 받아내겠다.
- <낯선 시간 속으로> 중에서

Q. 작가가 뽑은 한 문장?

모든 것이 매 순간 혼란이고 혼돈인데, 그것을 밀고 나가 보겠다는 생각, 그냥 의미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 혼돈을 그대로 밀고 나가보겠다. 그런 생각이 그때 더 강했던 것 같아요.

Q. 모든 것의 의미를 회의하는 작가에게 소설과 문학의 의미는?

끊임없이 질문할 수밖에 없고,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소설 그게 그나마 의미있는 소설이 아닐까? 역설적인 표현이긴 한데... 작가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독자가 그 작품을 매개로 해서 독자가 독자 자신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으로, 절실한 질문이 된다면 그게 문학적인 가치를 가지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편집 이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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