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타석 만에 대포쇼..'구원' 장원준 4이닝 완벽투
침묵했던 ’빅 가이’ 이대호(29·롯데)가 시원한 홈런포를 터뜨리고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승부를 최종 5차전으로 몰고 갔다.
이대호는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계속된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0으로 앞선 6회 선두 타자로 나와 바뀐 투수 이영욱의 밋밋한 변화구를 잡아당겨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이번 시리즈 17타석 만에 처음으로 맛본 짜릿한 손맛이었다.
전 타석까지 2루타 이상의 장타 없이 단타만 2개 기록했던 이대호는 볼 카운트 1-1에서 이영욱이 스트라이크를 잡고자 던진 시속 107㎞짜리 바깥쪽 높은 커브를 걷어 올려 타구를 롯데 팬들이 가득한 좌중간 스탠드 너머로 날려 보냈다.
5회 손아섭의 천금 같은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은 롯데는 이대호의 홈런이 터지면서 승기를 잡았다.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롯데는 선발투수 크리스 부첵에 이어 지난 16일 1차전 선발 투수였던 장원준을 4회부터 투입하는 총력전을 편 끝에 SK를 2-0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을 원점으로 돌렸다.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팀은 22일 오후 2시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지는 5차전에서 가려진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를 안아 샛별로 떠오른 윤희상(SK)과 강속구 투수 부첵의 선발 투수 대결로 열린 이날 경기는 전날과 비슷하게 투수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2승1패로 앞서 한국시리즈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SK가 0-0이던 2회 선두 박정권의 안타에 이은 도루로 1사 2루 기회를 먼저 잡았다.
그러나 최동수와 김강민이 각각 우익수 뜬공과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기선 제압에 실패했다.
2회까지 포크볼과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앞세운 윤희상에게 삼진 3개를 당하며 끌려가던 롯데는 3회초 2사 후 첫 찬스를 만들었다.
문규현이 깨끗한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자 김주찬이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1,2루로 이어갔다.
손아섭이 볼넷을 골라 2사 만루 절호의 득점 기회가 왔으나 전준우가 초구를 건드려 우익수 뜬공으로 잡히면서 득점은 물거품이 됐다.
부첵이 1~3회 내내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하자 양승호 롯데 감독은 4회 1사 1루의 박정권 타석 때 장원준을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를 썼다.
장원준은 초구에 박정권을 2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SK 쪽으로 기울던 승부의 추를 롯데 쪽으로 가져왔다.
흐름을 탄 롯데는 5회초 마침내 0의 균형을 깼다.
선두 조성환이 기습 번트 안타로 호투하던 윤희상을 흔들고 문규현이 보내기 번트에 성공해 롯데는 1사 2루 기회를 이어갔다.
곧바로 김주찬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고 뜬공으로 잡히는 줄 알고 스타트를 늦게 끊은 조성환이 3루에 안착했다.
그러나 공이 홈에 중계되는 사이 김주찬이 2루로 뛰자 3루 주자 조성환도 그 틈을 타 홈을 파고들다 횡사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분위기가 SK 쪽으로 꺾일 찰나 손아섭이 해결사로 나섰다.
손아섭은 볼 카운트 2-2에서 윤희상의 바깥쪽 포크볼을 결대로 밀어 좌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때렸고 김주찬이 홈을 밟아 롯데는 2차전 8회 이후 14이닝 만에 점수를 얻었다.
균형이 깨지자 롯데는 투타에서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6회에 승리를 예감하는 이대호의 축포가 터지면서 2-0으로 도망간 롯데는 장원준-임경완(8회)-김사율(9회)로 이뤄진 계투진이 영봉승을 합작하면서 전날 0-3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다.
장원준은 오른쪽 타자의 바깥쪽에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몸쪽을 찌르는 시속 148㎞짜리 직구를 앞세워 4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1개씩만 내줬을 뿐 삼진 5개를 솎아내며 SK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4경기 등판 만에 첫 승리를 안았다.
팀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낸 장원준은 이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상금 100만 원과 그랜드 인터컨티넨털 호텔 100만 원 상당의 숙박권을 받았다.
이날 4타수2안타를 때린 롯데의 홍성흔은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안타(39개) 신기록과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안타 타이(81개)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홈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결정지으려 했던 SK는 3·4회 연속 병살타로 일을 그르친 데 이어 7회 1사 1루에서는 안치용의 삼진에 이은 박정권의 도루 실패로 또 한 번 발목이 잡혔다.
SK는 9회 2사 후 박재상의 2루타와 최정의 볼넷으로 1,2루를 만들어 마지막 불꽃을 태웠지만 박정권이 삼진으로 돌아서면서 무릎을 꿇었다.
한편 이날 문학구장에는 2만7천600명의 관중이 입장해 플레이오프 4경기 연속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