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플레이오프 진출권의 향방은 결국 승부차기 훈련에서 갈리고 말았다.
울산 현대는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연장전까지 120분 혈투 동안 1-1로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3-1로 이겨 플레이오프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울산 김호곤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수원이 승부차기를 잘 못 차기도 했지만 우리가 승부차기 훈련을 했던 게 효과를 봤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날 김 감독은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승부차기를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모든 선수들이 어제 훈련을 끝내면서 딱 한 번씩 승부차기를 해봤다"며 "날씨도 추운데 절대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뜻과 달리 울산은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면서 후반 38분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내줬고, 박빙의 승부 끝에 결국 피를 말리는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연장 후반이 끝나기 직전 골키퍼를 김영광에서 김승규로 바꾸는 모험을 단행했다.
김승규는 지난 2008년 포항과의 6강 플레이오프 때 김영광을 대신해 연장 후반 막판 그라운드에 나서 눈부신 선방으로 승부차기 4-2 승리를 이끌었던 기분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수원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마토의 슈팅이 골대를 파고들었지만 울산은 첫 키커인 김영광이 크로스바를 맞혀 위축되고 말았다.
하지만 수원은 연이어 나선 3명의 키커가 모두 실축하는 황당한 상황을 맞았고, 울산은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골을 만들어 3-1 승리를 거뒀다.
김승규가 실제로 수원의 킥을 막아낸 것은 없지만 수원 선수들에게 생소한 김승규를 통해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 수 있었다.
김호곤 감독은 "승부차기 훈련을 딱 한 번 했다. 수원이 잘 못 차기도 했지만 훈련이 효과를 봤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정규리그 6위로 올라와서 2경기 연속 강팀을 꺾었다"며 "체력적으로 피곤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막판 골키퍼를 바꾼 이유에 대해선 "전적으로 김성수 골키퍼 코치의 판단이다. 예전에도 김영광을 대신해 김승규를 넣어 승리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포항전을 앞둔 소감을 묻자 "포항은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강팀이다"며 "우리도 강팀을 꺾은 만큼 잘 준비를 하면 승산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공수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에게 역습을 내주는 팀이 아닌 역습을 하는 팀으로 바뀌자고 얘기했다"며 "설기현과 곽태휘를 중심으로 선후배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