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거포'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미국프로야구 실전 데뷔 경기에서 대포를 터뜨리고 화끈한 신고식을 펼쳤다.
강정호는 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더네딘의 플로리다 오토 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 시범경기에서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0으로 앞선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시원한 솔로 아치를 그렸다.
홈에서 가운데 펜스까지 거리인 122m보다 긴 비거리 125m에 이를 만한 홈런이었다.
강정호에게 홈런을 맞은 투수는 지난해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7승 6패, 평균자책점 4.36을 남기는 등 메이저리그 통산 23승 26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한 우완 마르코 에스트라다다.
강정호는 에스트라다의 초구 빠른 볼을 받아쳐 1루쪽으로 파울을 날리고 나서 곧바로 2구째 빠른 볼이 가운데 높게 들어오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방망이 끝을 떠난 타구는 우중간 방향으로 총알처럼 쭉쭉 뻗어가 펜스 뒤 야자수 쪽으로 사라졌다.
3루 측을 가득 메운 파이리츠 팬들의 환호 속에 베이스를 돈 강정호는 벤치에서 동료의 축하 인사를 받고 환하게 웃었다.
강정호는 벤치에 들어올 때 피츠버그 선수들이 하는 '해적표' 홈런 세리머니(양쪽 엄지 손가락을 위·아래로 붙이는 동작)를 선보였다.
전날 청백전을 1타수 무안타로 마쳤지만 중요한 실전 감각을 회복한 강정호는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토론토 우완 선발 에런 산체스의 바깥쪽 낮은 직구를 끌어당겼으나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좋은 공이 들어오면 볼 카운트에 상관없이 공격적으로 방망이를 돌린 강정호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장쾌한 홈런을 날려 해적 팬들에게 올 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듬뿍 안겼다.
강정호는 7-3으로 앞선 5회 1사 2루의 세 번째 타석에서는 우완 스티브 델라바에게서 볼넷을 골라 걸어나갔다.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조건에서 볼 3개를 침착하게 얻어냈다.
2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올린 강정호는 8-4로 앞선 6회 말 수비부터 교체됐다.
강정호는 수비에서도 두 경기 연속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클린트 허들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그는 2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땅볼로 걷어내는 등 안정감 넘치는 포구, 정확한 송구 실력을 뽐냈다.
안타 25개(피츠버그 14개·토론토 11개)를 주고받은 난타전 끝에 피츠버그가 8-7로 이겼다.
강정호는 "홈런을 칠 때 제대로 방망이에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첫 단추를 잘 끼운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금껏 시범경기에서 뛰면서 첫날 시속 150㎞짜리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의 공을 처음으로 접했다던 강정호는 "빠른 볼에 차차 익숙해질 것으로 생각하고 상대 투수가 빠르게 승부를 걸어오는 만큼 나 또한 일찍 대비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4월 4일까지 이어지는 32차례 시범경기의 첫 막을 화려하게 열어젖힌 강정호는 4일에는 홈인 플로리다 주 브래든턴의 매케크니 필드에서 토론토와의 2차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허들 감독은 이날 홈경기에 지난해 뛴 주전들을 선발로 내보낼 예정이어서 강정호는 경기 중간 교체 출장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