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휴식 없이 달려온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미국프로야구 실전 데뷔전인 첫 번째 시범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강정호는 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더네딘의 플로리다 오토 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마르코 에스트라다의 빠른 볼을 강타해 우중간 펜스 너머로 타구를 날려보냈다.
경기 후 강정호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빅리그에서 통산 23승을 올린 베테랑 투수에게서 홈런을 빼앗았다는 점, 가운데 높게 형성된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는 점, 당겨서가 아닌 밀어서 힘으로 홈런을 날리는 고급 기술을 선보였다는 점 등 여러 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다"고 자평한 강정호에게 최대 수확은 빠른 볼 대응의 자신감을 찾았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일찍 적응하고자 동료보다 일주일 이상 앞서 지난달 중순 스프링캠프에 입소한 강정호는 전체 선수단 훈련이 시작된 24일부터서야 투수들이 던지는 공을 접했다.
라이브 배팅에서 투수들의 강속구에 타이밍을 잡지 못하던 강정호는 "시범경기에서 상대팀 투수들의 공을 익히는 데 주력하겠다"며 빠른 볼 적응을 마친 뒤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나 2일 청백전을 거친 뒤 곧바로 맞이한 시범경기 두 번째 타석에서 큼지막한 대포를 터뜨리고 빠른 직구 대응력을 선사했다.
강정호는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투수 에런 산체스가 던진 바깥쪽 직구를 잡아당겼으나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그는 경기 후 "지금껏 뛰면서 시범경기 첫날 시속 150㎞짜리 빠른 볼을 처음 접했다"면서 산체스의 빠른 볼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첫 번째 타석 후 긴장감이 풀리면서 곧바로 홈런을 칠 수 있었다"며 첫 타석이 실전 적응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산체스의 바깥쪽 직구가 워낙 낮게 깔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탓에 강정호가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을 뿐 타격 타이밍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왼쪽 발을 들고 타격 리듬을 맞추는 특유의 레그킥을 고수하면서 홈런을 터뜨린 것도 주목할 만하다.
레그킥을 고집하면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강정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고급 기술로 밀어서 아치를 그렸다.
그간 스프링캠프인 파이리트 시티에서 열린 배팅볼 타격에서 잡아당겨 실내 타격장 지붕을 강타하는 큼지막한 홈런을 연방 쏟아낸 강정호가 밀면서 퍼올려 우중간으로 홈런 타구를 내보낸 것은 스프링캠프 선수단 훈련 시작 후 처음이다.
애제자 강정호를 지도한 한국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은 "빅리그 투수들이 아무리 빠른 볼을 던지더라도 강정호의 빠른 볼 대응력은 원체 훌륭하다"면서 "다만, KBO 리그에서 던지는 투수들보다 시속 10㎞ 이상 빠른 슬라이더와 날카로운 체인지업 등 빠른 변화구를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일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서 빠른 볼을 공략해 홈런을 터뜨린 만큼 강정호가 시범경기에서 계속 빠른 직구의 적응력을 키워간다면 빠른 변화구도 눈에 금세 익힐 공산이 크다.
자신을 메이저리그로 이끈 레그킥 자세를 유지하면서 유인구인 빠른 변화구를 잘 참아내면 강정호가 빅리그에서 첫해부터 인상적인 성적을 올릴 확률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