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고문인 토미 라소다(88)의 눈길은 한 선수에게 오랫동안 머물렀다.
올 시즌 다저스 성적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쿠바산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25)다.
라소다는 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다저스 스프링캠프장에서 카트를 직접 몰고 타격 훈련장을 방문했다.
지미 롤린스-하위 켄드릭-다윈 바니 조의 타격 훈련이 끝나고 푸이그-작 페더슨-크리스 헤이시 조의 타격 훈련이 시작할 무렵이었다.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켜본 라소다는 페더슨이 배팅 케이지에서 잠시 나오자 그에게 직접 배트를 쥐는 법이나 스윙폼 등에 대해 원포인트 레슨을 해줬다.
푸이그에 대해서는 타격 기술보다는 정신적인 면을 강조했다. 라소다는 푸이그에게 "올 시즌 네가 잘해야 한다. 차분해져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와 같은 푸근하고 자상한 조언을 떠올리면 안 된다. 라소다의 말 가운데 절반 정도는 거친 언어가 섞여 있었다. 다저스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상징적인 존재인 라소다가 그 권위를 담아 강한 어조로 '야생마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올해 다저스가 푸이그에게 거는 기대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오프 시즌 동안 핸리 라미레스(보스턴 레드삭스)와 맷 켐프(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내보내 장타력이 확 떨어진 다저스로선 푸이그가 타선의 기둥으로 성장하는 것이 필수다.
물론 푸이그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푸이그는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가장 탁월한 운동능력을 지닌 선수다.
타고난 근육질의 몸매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어깨를 보유한 선수가 바로 푸이그다.
문제는 심리적인 면에 있다. 푸이그는 지난해 정석에서 벗어난 독단적 플레이로 팀은 물론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장면이 많았다.
지난해까지는 메이저리그 스타일에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올해도 천방지축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팀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라소다가 푸이그에게 정신적인 재무장이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강조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변화의 조짐은 있다. 푸이그는 지난해까지 시즌 중 타격훈련에도 수시로 지각했지만, 올해는 스프링캠프에 1주일이나 일찍 입소해 땀을 흘리고 있다.
푸이그를 올해 다저스의 클린업 트리오로 기용할 복안을 가진 매팅리 감독은 이날 '푸이그가 올해 다저스의 중심타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푸이그 본인이 아니라서 대답하기는 어렵다"고 웃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그는 "푸이그도 자신이 올해 맡은 중책에 대해서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푸이그는 여전히 성장 중인 선수고, 올해 자신의 역할을 잘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