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성과를 내고 떠난 전임자의 자리를 물려받은 김민성(27·넥센 히어로즈)이 '단순함'을 올해의 키워드로 꼽았다.
김민성은 KIA 타이거즈와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치르는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나는 정호 형이 아니다"는 한 마디로 지금의 상황을 압축했다.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지난해 넥센의 붙박이 5번 타자로 나서면서 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을 남기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홈런왕 박병호와 함께 공포의 4·5번 타선을 구축했던 강정호의 대안으로 올해 넥센이 선택한 카드가 김민성이다.
5번 타자의 위력은 4번 타자의 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5번이 부실하면 상대 투수는 4번과 어렵게 승부하다가 볼넷을 내주고 걸러내면 그만이다.
김민성은 지난 시즌 강정호의 바로 뒤인 6번 타순을 지키며 타율 0.292, 12홈런, 77타점을 기록했다.
강정호의 뒤를 받친 경험을 살려 올해 박병호의 든든한 '배후'가 돼주기를 넥센은 김민성에게 기대하고 있다.
강정호가 빠지면서 생긴 공격력의 공백은 넥센이 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이 틀림없지만, 올해 넥센의 5번 타자는 '강정호의 후임자'라는 타이틀도 함께 달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김민성은 "올해 제가 (지난해 강정호만큼) 못하면 욕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저는 정호 형이 아니니까 그런 부담은 전혀 느끼지 않는다. 캠프에서부터 준비해온 것들이 있으니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은 더욱 단순하게 타석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성은 "어떤 구체적인 결과를 노리는 대신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빠르고 강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 전체로 보자면 매년 두자릿수 홈런을 노린다"며 "타점은 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 타자들 출루율이 다 높으니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의 생각도 김민성과 비슷했다.
염 감독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며 "지난해 유한준이 3번 타순에 고정돼 뛰어난 3번 타자로 거듭났듯이 민성이도 올해 5번에서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80∼90타점은 해본 사람이 할 수 있다"며 "민성이는 지금 70타점을 치는 단계까지 왔다. 올해는 1∼4번 타자들이 밥상을 잘 차려줄 테니 90타점까지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리그 정상급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김민성의 발전상을 그렸다.
김민성은 200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래 굴곡을 겪으면서도 매년 꾸준히 성장해온 선수다.
화려하면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넥센의 5번 타자에 오른 김민성이 올해는 어떤 발전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