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앞에 무릎을 꿇었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핵 잠수함 권오준(35·삼성 라이온즈)이 다시 일어섰다.
권오준은 1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BO 시범경기에서 6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안타 한 개만 내주고 무실점하는 호투를 펼쳤다.
일본 오키나와 평가전부터 시작된 무실점 역투 행진이 7경기, 8이닝으로 늘었다.
권오준이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고 주먹을 불끈 쥘 때마다, 포항구장을 찾은 삼성팬은 "권오준"을 연호했다.
경기 뒤 만난 권오준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해 온 것이 시범경기에서도 잘되고 있다"고 기분 좋게 말했다.
그가 특히 만족하는 부분은 제구다.
권오준은 "오늘 12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반대 투구(포수가 원하는 곳의 반대로 투구하는 것)가 단 한 개도 없었다"며 "제구가 잘 되고 있다. 투구 밸런스가 좋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권오준의 최고 구속은 140㎞였다. 사이드암으로선 빠른 편이지만, 한국 프로야구 최고 중간계투로 꼽히던 시절보다는 시속 10㎞ 정도 낮은 수치다.
하지만 권오준은 조바심내지 않았다.
권오준은 "지금 중요한 건 구속이 아니다. 제구가 잡히면 타자와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며 "생각대로 제구가 되다 보니 최근 타자와의 승부에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시속 140㎞ 초반까지 구속이 올라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공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구속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권오준은 1999년과 2008년 2013년 세 차례 오른 팔꿈치 수술을 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권오준은 재활의 긴 터널을 묵묵히 걸어왔고 이제 부활을 꿈꾼다.
권오준은 "사실 아직도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있다"면서도 "한참 좋을 때 부상에 대해 둔감했던 게 잦은 부상으로 이어졌다. 보강 훈련을 충실히 하는 등 다시는 아프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아픈 경험을 통해 터득한 부상 방지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권오준이 다시 일어섰다. 삼성 마운드는 한결 두꺼워졌고, 삼성 올드팬의 가슴도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