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래(20·서울시청 / 사진 오른쪽)와 백수연(20·강원도청 / 사진 왼쪽)은 한국 여자 평영의 1, 2위를 다투는 맞수다. 하지만 세계무대에서 이들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1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이들의 목표는 메달 획득이 아니라 16명이 겨루는 준결승 진출이다.
물론 이 또한 어려운 과제다. 2009년 로마 대회 때에도 한국에서는 남자 자유형 200m의 박태환(단국대)과 여자 평영 200m의 정다래만이 준결승에 올랐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예선 탈락했다.
정다래는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평영 200m에서 2분25초02의 기록으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첨단수영복을 입었을 때의 개인 최고 기록(2분24초90)에는 못 미쳤지만 수영복 규제 후로는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평영 200m 한 종목에만 출전해 2분24초대 기록을 내는 것이 목표이지만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정다래는 22일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센터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주위의 기대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허리 통증 등으로 훈련량이 부족했던 것도 아쉽다.
하지만 정다래는 이날 박태환의 전담 지도자인 마이클 볼(호주) 코치와 훈련하던 호주 대표팀의 스테파니 라이스를 만나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라이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개인혼영 200·400m와 계영 800m에서 금메달을 따 3관왕에 오른 선수로 볼 코치의 애제자다.
정다래는 볼 코치가 라이스와 인사를 시켰을 때 너무 떨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수줍어했다.
평영 100m와 200m에 나서는 백수연은 이번이 네 번째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다.
백수연은 2005년 몬트리올 대회부터 4회 연속 세계무대에 선다.
본오중 2학년 때였던 몬트리올 대회에서 평영 100m 한국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이후 성적은 좋지 않았다.
백수연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다래가 금메달을 딸 때 2분28초27로 7위에 머물렀다.
개인 최고기록(2분26초16)에 훨씬 미치지 못한 저조한 성적이었다.
백수연은 "너무 허탈해 대회 이후 다시는 그 경기를 다시 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상하이로 와서 우연히 그때 경기 비디오를 보게 됐다.
백수연은 "다시 마음을 잡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백수연의 이번 대회 목표는 2분25초대 후반에 터치패드를 찍어 자신의 기록부터 깨는 것이다.
정다래와 백수연에게 이번 대회는 내년 런던 올림픽으로 가는 과정의 하나다.
한국 여자 평영은 이 선수 외에 맏언니 정슬기(23·전북체육회)에다 무서운 속도로 언니들을 쫓는 고교생 김혜진(17·온양여고)까지 가세해 경쟁이 치열하다.
선의의 경쟁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코치진은 흐뭇하기만 하다. 안종택 대표팀 코치는 "이들 중 내년 올림픽에 누가 나갈지 모른다. 이런 경쟁 구도가 이어진다면 내년 올림픽에서는 한국 여자 평영에서 큰일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