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할 브리티시 여자오픈 대회 장소는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올드코스다.
1400년대 초반 골프를 처음 쳤다는 기록이 있어 '골프의 성지'로 불리는 곳으로, 미국과 북아메리카를 제외한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 본부가 자리하고 있다.
여자 프로골프 대회가 열린 것은 2007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처음으로 올해 6년 만에 돌아왔다.
당시 파73, 6천638야드였던 코스는 올해 파72, 6천672야드로 바뀌었다.
유서깊은 골프장답게 골퍼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까다로운 코스로 정평이 나있다.
페어웨이가 넓은 편으로 평상시에는 좋은 성적을 바라볼 수 있지만, 날씨가 궂을 때가 잦아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깊은 러프와 탈출이 어려운 '항아리 벙커'는 물론 링크스 코스의 특성인 바닷바람도 난적이다.
올해 대회 1∼2라운드가 열리는 다음 달 1∼2일에도 비가 예보돼 있다.
박인비는 대회를 앞두고 올드코스에 대해 "날씨가 안 좋을 때가 잦다"면서 "세팅이 어렵고 이변이 많은 곳"이라고 분석했다.
홀 중에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의 '로드홀(Road Hole)'로 불리는 17번홀의 악명이 높다.
티샷을 할 때는 아웃오브바운즈 지역과 러프, 두 번째 샷에서는 그린 주변을 둘러싼 '항아리 벙커'를 신경 써야 한다. 허리 높이의 벙커에 빠졌다가는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파5였던 것을 파4로 바꿔 '가장 어려운 파4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2007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는 파5홀이었다.
1번홀과 18번홀을 잇는 다리인 '스윌컨 브리지'도 이 코스의 상징 중 하나다.
노장 골퍼 톰 왓슨(미국)이 2010년 브리티시오픈 경기를 마치고 여기에 입을 맞췄다는 일화가 유명할 정도로 의미가 깊은 장소다.
브리티시오픈이 이 골프장에서 열리는 건 5년에 한 번이라 당시 61세였던 왓슨은 올드코스에 작별을 고하는 의미로 이같은 세리머니를 했다.
올드코스에서 브리티시오픈은 2010년 대회까지 28차례나 열렸지만, 2007년 이전까지 여자 프로대회는 열리지 않아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몇 차례 열린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클럽하우스에 여자 선수가 들어갈 수 없었으나 2007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때 코스와 클럽하우스가 모두 개방됐다.
당시 여자골프계를 주름잡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이 대회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오초아의 우승 기록은 5언더파 287타다.
한국 선수 중에는 이지영(28)이 공동 2위(1언더파 291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해 네 번째 메이저대회마저 석권에 도전하는 박인비는 이 코스에서 3오버파 295타를 쳐 공동 11위에 오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