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틀림없이 박인비일 거야."
7월31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올드코스 18번 홀.
티샷을 한 선수들이 건너가게 되는 스윌컨 브리지 앞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대자 미디어 센터 앞을 지나가던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이 이 광경을 멀리서 쳐다보며 말했다.
1일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 대회 개막이 임박하면서 미디어나 팬들뿐 아니라 동료 선수들의 관심도 온통 박인비(25·KB금융그룹)에게 쏠린 모양새다.
어떤 선수이든 박인비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고, 취재진이 많이 몰린 장소에는 어김없이 박인비가 그곳에 있다고 보면 된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올해 열린 메이저 4개 대회를 휩쓰는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이루는 박인비에 대해 전 세계 골프팬들이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LPGA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박인비에 패해 준우승한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는 기자 회견에서 "박인비가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한다면 그건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라며 "타이거 우즈도 메이저 4연승을 했지만 한 시즌에 몰아서 한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당대를 주름잡았던 선수들과 박인비를 비교해달라는 말에 "다른 시기에 활약한 선수를 비교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퍼트가 약점이었던 안니카가 만일 박인비의 퍼트 실력을 갖췄더라면 정말 무적이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매슈는 "박인비의 최대 강점은 퍼트"라며 "특히 올해 박인비가 보여주는 퍼트 실력은 실로 엄청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인비와 1,2라운드를 함께 치르는 베아트리스 레카리(스페인) 역시 "박인비로 인해 여자골프 자체가 주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레카리는 "남자 골프에서 우즈가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투어가 전체적으로 살아난 것 같은 효과가 박인비에게도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관심이 높아지면 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이것은 스폰서의 증가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반겼다.
레카리는 "그렇다고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의 우승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우승은 내가 하고 싶다"면서도 "박인비가 지금까지 이룬 업적은 사실 누구도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폴라 크리머(미국)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크리머는 "올해 메이저 대회가 5개로 늘어 그랜드 슬램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만일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가 우승한다면 당연히 그랜드 슬램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이저 대회를 4개 연속 우승한 것을 두고 사실 뭐라고 부를 것인지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크리머는 "박인비가 브리티시마저 휩쓴다면 LPGA 투어 사상 최대의 업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렌스탐이나 오초아, 쩡야니(대만)는 사실 같이 있으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지만 박인비는 다르다"며 "박인비는 자신감과 꾸준함, 퍼트가 돋보이는 선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