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불펜은 기대 이상으로 강력했고 '지키는 야구'의 출발점도 더 앞당겨졌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차우찬 구원' 카드로 승부수를 띄워 2-0으로 기분 좋은 첫 승리를 낚았다.
류 감독은 0-0이던 4회 신명철의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타점 2루타로 2-0으로 앞서가자 5회부터 호투하던 선발 투수 더그 매티스를 내리고 차우찬을 투입했다.
승기를 잡은 5회부터 막강한 계투진을 앞세워 특유의 '지키기'에 들어간 셈이다.
류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1선발로 뛰었던 차우찬을 한국시리즈 1~2차전에 불펜으로 기용하는 변칙 작전을 선언했다.
SK 타선의 주축이 박재상-박정권으로 이어지는 좌타라인인 만큼 초장에 왼팔 차우찬을 마운드에 올려 예봉을 완전히 꺾겠다는 뜻이었다.
차우찬이 시즌 막판 5경기에서 내리 3점 이상을 주며 흔들렸던 터라 선발에서 불펜으로 강등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으나 이는 실상과 정반대였다.
차우찬의 공이 너무 좋았기에 류 감독은 그를 불펜에 포함해 계투진을 더욱 강화했고 더 두꺼운 방패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차우찬은 7회까지 3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9명의 타자를 완벽하게 틀어막고 류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하며 이름값을 해냈다.
차우찬은 최고 시속 149㎞짜리 빠른 볼과 낙폭이 큰 커브로 SK 타자들의 방망이를 묶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차우찬이 뿌린 직구의 체감 속도는 더 빠르게 느껴졌고 SK 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돌아섰다.
정근우·박재상·박정권·김강민·박진만 등 때려줘야 할 타자들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SK는 좀처럼 추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차우찬은 직구 위주로 SK 타선을 윽박질렀고 커브와 슬라이더로 상대 타자의 눈을 어지럽혔다.
이날 던진 36개의 공 중 25개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됐을 정도로 차우찬의 구위는 타자를 압도했다.
퍼펙트 투구를 펼친 삼성의 에이스 차우찬은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10경기 등판 만에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매티스에 이어 '회심의 카드' 차우찬이 임무를 마치자 류 감독은 정규리그를 1위로 이끈 전가의 보도 필승 계투조를 마운드에 올랐다.
안지만(8회)-권혁(8회)-오승환(8회)으로 이어진 삼성의 철벽 계투진은 SK 타자들을 단 1안타로 봉쇄했다.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화끈한 공격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던 SK는 20여일 가까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원기백배한 삼성의 5명의 투수에게 무려 12개의 삼진을 헌납하며 깨끗하게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