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거듭난 최형우(28·삼성)가 '가을 사나이' 박정권(30·SK)과의 첫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고 첫 우승 반지 사냥에 시동을 걸었다.
최형우는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2루타 두 개를 치는 등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1회 첫 타석에서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난 최형우는 두 번째 타석부터 완전히 감각을 되찾았다.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SK 선발투수 고효준의 공을 깨끗하게 밀어쳐 좌중간 2루타를 때렸다.
최형우의 안타는 20일 가까이 휴식을 취하느라 무뎌져 있던 삼성 타선의 감각을 흔들어 깨운 한 방이기도 했다.
3회까지 SK 고효준의 공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던 삼성은 최형우의 2루타 이후 집중력을 되찾고는 2사 1, 2루에서 신명철의 좌중간 2루타로 2점을 뽑아 단숨에 승부의 흐름을 가져왔다.
최형우는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우익 선상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짧은 안타를 치고는 2루까지 질주하는 등 이날 경기 내내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8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고의 4구를 얻어내 SK 마운드에 공포심을 심어 주는 데 성공했다.
특히 상대팀 4번 타자인 박정권이 삼진 2개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주포 대결'에서도 완승,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상승세를 탔던 SK의 기세를 완전히 잠재웠다.
전주고등학교 2년 선후배인 최형우와 박정권은 두 팀의 공격력을 상징하는 선수다.
최형우는 삼성의 붙박이 4번으로 자리 잡은 올 시즌 홈런 30개, 타점 118개, 장타율 0.617로 1위를 기록하며 3관왕에 올라 한국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다.
기존의 '철벽 불펜'에 최형우가 중심에 포진한 타선의 힘이 더해지면서 삼성은 올해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반면 박정권은 올해 정규리그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 들어 어김없이 '10월 사나이'의 본능을 발휘하며 정규리그 3위에 그쳤던 팀을 한국시리즈 무대에까지 올려놓았다.
각각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 활화산처럼 타올랐던 두 타자가 만났기에 많은 팬들의 시선이 둘의 '화력 대결'에 쏠렸다.
두 선수도 이를 의식한 듯 한국시리즈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박정권은 "최형우가 작년 한국시리즈 생각이 많이 날 것"이라며 '후배 기죽이기'에 나섰다.
최형우는 SK와 맞붙었던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13타수 3안타(타율 0.231)와 1타점의 빈공에 그쳐 팀이 무기력한 4연패로 무릎을 꿇는 것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뿐 아니라 이번 한국시리즈 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이 0.246에 그쳐 박정권(0.414)과 대조적으로 가을에는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입가에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살짝 띄운 채 박정권의 '도발'을 받아넘겼던 최형우는 본 무대 첫판에서 달라진 '실력'으로 오히려 선배의 기를 꺾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