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SK 와이번스 ‘여왕벌’ 정대현(33)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SK는 17일 정대현이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FA 협상을 중단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관심을 보인 미국 구단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언더핸드 투수인 정대현은 예리한 제구력과 뛰어난 완급 조절 능력, 두둑한 배짱을 갖춰 올 시즌 FA 자격을 얻은 선수 중 이대호(롯데)와 함께 가치가 높은 선수로 관심을 모았다.
2001년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정대현은 올해까지 11년간 통산 477경기에 등판해 32승22패 99세이브,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SK가 프로야구 강팀의 반열에 올라선 2007년 27세이브를 올리며 첫 우승에 이바지했고 2008년에도 20세이브를 올리는 등 올해까지 SK 벌떼 마운드의 핵심 역할을 맡아 ’여왕벌’이란 별명을 얻었다.
경희대에 재학 중이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 미국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에서 거푸 태극마크를 달고 ’미국 킬러’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베이징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3-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짜릿한 병살타를 유도해 ’금빛 마무리’를 하는 등 외국에서도 수준급 불펜 투수로 활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
정대현은 FA 선언 이후 일찌감치 에이전트를 지정하는 등 해외 진출을 향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16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정대현의 신분 조회를 요청하는 등 관심을 보여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선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대현은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 기간이 끝나는 20일 이후 국내외 다른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정대현은 "예전부터 메이저리그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내 공이 미국에서 통할지 알고 싶었다"면서 "15일 가족과 상의해 최종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면서 "아직 구단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최대한 빨리 계약을 마무리하고 훈련에 전념하고 싶다.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 빅 리그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SK는 "본인 의사를 존중해 정대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