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조별리그에서 벌어진 ’고의 패배’ 경기와 관련해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8명의 선수를 전원 실격 처리했다.
또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제출한 이의신청도 모두 기각됐다.
토마스 룬드 BWF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의 패배’ 사건에 연루된 여자복식 4개조(8명) 선수 모두 실격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룬드 사무총장은 "오늘 아침 8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었다"며 "이들은 전날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네트에 꽂거나 일부러 스매싱을 멀리 보내는 불성실한 경기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격 처분은 ’최선을 다하지 않고 경기에 나서는 행위’와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행동’을 금지하는 배드민턴연맹 규정에 따라 이뤄졌다.
대표팀 관계자는 실격 통보를 받고 곧바로 BWF에 이의신청서와 공탁금 500달러를 제출했지만 끝내 기각을 당했다.
이에 대해 룬드 사무총장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팀이 이번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출했지만 워낙 사안이 명확해 이의 신청 자체를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징계위원회에서 신속하게 경기 비디오를 보면서 평가해 내린 결정"이라며 "실격 처리 이외에 선수나 코치에 대한 추가 징계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징계위원회는 드러난 사실만으로 평가를 했다"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모습이 명확했다. 선수들의 징계는 각 NOC(국가올림픽위원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BWF의 결정에 따라 여자복식 A조 1위로 8강에 오른 정경은(KGC 인삼공사)-김하나(삼성전기·세계랭킹 8위) 조와 C조 1위를 차지한 하정은(대교눈높이)-김민정(전북은행) 조는 실격을 당하게 됐다.
이번 ‘고의패배’ 스캔들은 지난달 31일 벌어진 여자복식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촉발됐다.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왕샤올리-위양 조는 한국의 정경은-김하나 조를 맞아 성의없는 플레이로 일부러 점수를 내주며 0-2로 무너졌다.
왕-위 조는 자국의 세계랭킹 2위인 톈칭-자오윈레이 조와 준결승에서 만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의 패배를 자초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정-김 조를 압도하는 왕-위 조가 일부러 져주는 경기를 하자 성한국 대표팀 감독은 심판에게 항의했고, 심판장이 직접 코트로 들어와 양 팀 선수에게 경고하는 황당한 장면을 연출됐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고, 한국에 패해 A조 2위로 8강에 오르며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중국이 대진을 유리하게 조작하자 이어 열린 C조에서 하정은-김민정(한국) 조와 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시아 폴리(인도네시아) 조 역시 유리한 대진을 위해 ‘져주기 게임’을 펼치다 전원 실격 처리됐다.
한국 대표팀은 중국의 ‘꼼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맞대응하다 여자복식조 전원 실격이라는 참사를 불렀다.